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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 때문에 잘 될 거야

by 샤인젠틀리



맥스 루케이도의 동화책 '너는 특별하단다'에 등장하는 작은 마을엔 웸믹이란 나무 사람들이 모여 산다. 손에 손마다 작은 상자를 하나씩 들고서. 상자를 열면 금색 별과 검은 점표 스티커들로 가득했는데 웸믹들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는 매우 직관적인 표식이었다. 웸믹들은 일상을 살아가다 수시로 서로에게 스티커를 내밀었다. 외모가 수려하거나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이들에겐 빛나는 별표를 선사했고 나무에 칠이 벗겨져있다거나 이렇다 할 재주가 없는 못난이들에겐 그들의 미래만큼 깜깜한 점표를 주홍글씨처럼 새겨주었다.


어떻게든 별표 하나라도 더 획득하려 혈안이 된 나무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쳐가는 비범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루시아. 놀랍게도 그 몸에는 어떤 표식도 없었다. 사람들의 평가가 그녀만 비켜갔던 건 아니었다. 금빛 찬란한 별표든 검디 검은 점표든 웸믹들이 그녀에게 손을 뻗기가 무섭게 별도 점표도 자리를 못 잡고 바로 떨어져 나갔다.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루시아의 영혼은 금빛 스티커들 없이도 충만했고 지적에도 위축되지 않아 하늘의 새처럼 자유로웠다. 그래, 바로 이거다.


한동안 나는 내가 간절히 원한 것이 '인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칭찬을 듣고 또 들어도 타들어가는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단 건 진정 필요한건 금색 별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나의 열망은 '어떻게 해야 저 금별을 받을 수 있을까...' 어찌어찌해서 받아냈다면 '내일도 다음 달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슴에 휘몰아치는 삶이 아니었다. 세상이 나를 판단의 태풍 기둥 가운데로 몰아넣더라도 흔들림 없이 고요한 태풍의 눈이 되는 것, 칭찬도 비난도 날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로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려면 추가 필요했다. 순수하게 동기는 나였으며 이루어갔던 그 과정 자체가 행복했고, 누가 그렇다고 말해주어서가 아닌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결과를 마주한 경험이라면 묵직하게 날 지켜줄 만했다. 그런 순간의 기억들을 잘 기록해 두어 타인의 평가로 흔들리려 할 때 꺼내보기로 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았고 그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았다. 내 인생에 걸쳐 다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유는 꼭 누군가 공식 타이틀을 주어야만,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춰져야만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20대 끝자락에 스스로 카톡 DJ가 되었다.


이 데뷔 이야기의 출발은 나의 십 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감수성 하는 소녀였던 나는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 사연자의 입장에서 사연을 읽어주고 따뜻한 조언이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DJ가 청취자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노래를 선곡해 틀어주는 라디오 방송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총집합소였다.


'언젠가 DJ가 되고 싶어.' 꿈꾸던 나는 커서 영어강사가 되었지만 고심해 고른 선정곡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틀어주는 DJ의 삶도 살기 시작했다. 세상은 나의 자료실이 되어주었다. 영화나 드라마, 또는 책에서 희망을 마주치면 놓치지 않고 필기했다. 길거리에서 버스 안에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용기와 위로를 노래하면 메모장에 수집해 두었다. 노래링크와 글귀를 간략하게 정리하는 건 나의 나이트 루틴이 되었고 그 결과물을 카톡에 저장된 지인들에게 매일 아침 발송했다.


2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지속한 이 활동이 몇 명의 삶을 살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내가 느낀 감동은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들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되돌아 보니 비공식 DJ로서 살았던 나의 2년이 자랑스럽다. 내 모닝카톡을 받던 사람들이 깊은 고마움을 표현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나의 가치를 성실하게 실현했기 때문이고 매일마다 긍정을 찾아 기록하는 행위는 나를 사랑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나는 바람에 날아가는 풍선만 봐도 마음이 뭉클하다. 나를 웃게 하는 것도 눈물짓게 하는 일들도 많아 고통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소한 일상속에서 영감을 얻는 섬세함 덕분에 풍성한 삶이기도 하다. 4분40초 길이의 노래에서 건져낸 단 한 줄의 가사가 날 치유하고

25년전 본 드라마 한 장면이 오늘도 여전히 내 삶에 태도를 점검하게 해준다. 자연과 만물 가운데 녹아들어있는 삶의 지혜에 가슴 뛰는 나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다보면 천천히 보안해 나갈 용기도 생길 것이다.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리다보니 결국 나는 나의 이런 특성 때문에 잘 될 것이란 믿음이 자꾸만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소중한 여러분들 역시 스스로의 가치를 만나는 하루가 되시길 응원하며 두 가지 영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https://youtube.com/shorts/oGDmI1CUNtw?si=OIsJ0xji-iuOO95r


내향적인 아인데
소심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찌르는 가시가 되어서
평생 아이를 힘들게 합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가진 내향성을
신중함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그 아이를 보좌하는 날개가 되어서 그 아이 평생의 자산이 됩니다.
갖고 있는걸 사랑하게 돕는 일을 하셔야해요.

민준아 너는 있잖아,
이 착한 마음 때문에 잘 될 거야.

최민준의_아들TV


https://youtu.be/UL5jQCByE64?si=FAlp7-0j1urp8P0g



가치판단의 무게중심이
내 안에 있으면 되거든요.
천체들도 보면 무게중심이 천체 안에 있으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 천체가 다른 천체들과 주고받는 무게중심이 천체 밖에 있으면
궤도가 계속 섭동(행성이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는 현상)이 되는 거예요.
가치판단의 기준도 그게 자기 안에 있을 때
좀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알쓸인잡, 천문학자 심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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