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청색 티켓

by 최소망


오전 7시, 스마트폰에 내장되어있는 알림 앱이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울리고 있었다.


엠마는 시끄러운 알람을 금방 꺼 버리고 양쪽 눈을 다 뜨지도 못한 상태로 실눈을 뜨고 눈물 뱅크 앱을 열어 잔액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하루에 무조건 들어오는 돈은 10 오슬러. 거기에 지난 3년 동안 남자 친구랑 이벤트 하면서 흘린 감동의 눈물, 수없이 싸우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길 반복하느라 울었던 눈물로 받았던 돈이 차곡차곡 모아서 3000 오슬러 정도구나. 드라마 보면서 그렇게 많이 울었는데도 책정금액이 너무 낮아서 100 오슬러 밖에 안되네.. 매달 꼬박꼬박 일하면서 받는 월급이 1000 오슬러.. 좋았어. 이번 달에는 적금하나 더 들 수 있겠어!라고 하고 있는데 띵동! 소리와 함께 핸드폰 푸시 알림 ‘D+1095 3년이 되었습니다’ 이 핸드폰 상단에 나타나자 엠마는 다시 혼잣말을 했다. “벌써 3년이나 지났구나”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고 나온 엠마는 아주 간단히 선크림을 바르고 리본이 길게 늘어지는 촌스러운 하얀 블라우스와 브라운 색 바지 정장을 위아래로 걸치고 마지막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눈물 측정기계인 초소형 로봇 ‘니블’이 핸드폰하고 잘 연결되어있는지 블루투스를 몇 번이나 더 확인을 한 뒤 집을 나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핸드폰을 꺼내서 지하철 개찰구에 가져다 대니 삑~! 소리가 나며 개찰구에 문이 활짝 열렸다. 눈물 은행 앱에 잔액을 확인해 보니 그새 아침 교통비로 3.5 오슬러가 빠져나갔다.



입을 삐죽거리며 그녀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 왜 아침 출근시간마다 할증을 붙이는 거야.. 평소에는 3 오슬러인데 말이야” 하면서 하품을 연거푸 엄청 여러 번 하니 눈물이 고여 한 방울이 톡 떨어졌다. 지난밤에 밀린 드라마를 보다가 새벽에 잤기 때문이다. 한 방울 떨어진 눈물을 쓱 훔치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싸! 의도치 않은 1 오슬러 득템!" 어플을 열어 잔액을 체크하니 그새 1 오슬러(1,000원)가 입금되어있었다. 초소형 로봇이 눈물을 받아 분석하 뒤 결과를 눈물 은행 계좌로 전송한 것이다.


그렇게 몇 정거정을 더 간뒤, 사람이 꽉 찬 아침 출근 지하철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그녀는 지하철역 출구 바로 앞에 있는 테이크어웨이 카페로 향했다.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아주 작지만 밖에 풍경이 다 보이는 이 곳은 엠마가 매일 아침 들리는 곳이다. 멀리서 걸어오는 엠마의 모습을 보고 카페 바리스타인 피터는 눈빛으로 인사를 한 뒤 버터를 잔뜩 발라 press기에 눌러서 그릴 자국을 잔뜩 낸 따끈따끈한 바나나브레드와 따뜻한 플랫화이트 (우유 거품이 거의 없는 커피)를 만들었다. 매일 아침 엠마가 출근 전 사가는 아침 식사다.


엠마가 카페 앞에 도착할 때쯤 for Em♥이라고 엠마의 애칭을 컵 뚜껑에 적은 플랫화이트와 티슈 몇 장으로 감싸진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나는 갈색 종이 포장지에 감싸져 있는 바나나브레드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엠마, 좋은 아침”

“피터, 굿모닝 늘 고마워요” 하면서 가게 프런트에 마련되어있는 눈물 결제 전용 단말기에 핸드폰을 가져다 대었다. 엠마의 눈물 은행 계좌에서 9 오슬러가 바로 빠져나가는 순간이었다.

커피와 바나나브레드를 양손 가득 들고 씩씩하게 걸어 드디어 그녀가 다니는 회사 앞에 도착을 했다. 매일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엠마는 고개를 들어 회사 이름을 늘 본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눈물 트레이닝 센터” 본점.


회사 이름을 다시 한번 눈으로 읽은 그녀는 무언가 크게 다짐하는 듯 이상한 제스처를 몇 가지 취하더니 걸어오면서 먹다 남은 바나나브레드를 마저 우걱우걱 입안으로 모두 쑤셔 넣고 오물오물하며 사원증을 목에 걸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엠마는 고개를 돌려 상담실에서 나오는 머들과 루니를 바라봤다. 머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기운이 하나도 없이 방에서 걸어 나왔다. 루니는 그런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서 있었다. 아주 환한 미소와 함께.

그런 루니를 한번 안쓰럽게 쳐다본 머들은 고개를 들어 엠마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는 엠마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엠마는 본인이 쳐다본 게 기분이 나빠서 따지러 오는 줄 알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머들은 엠마에게 다가와 말했다.


“엠마, 상담실 안에서 Soona가 기다려요, 엠마를 불러달래요”

그리고는 다시 지친 기색으로 루니에 손을 잡고 가까운 의자에 가서 지친 몸을 기댔다.


의아한 마음으로 엠마는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실로 연결되는 문 역시 유리로 수증기가 뿌옇게 가득했지만 다른 곳처럼 물방울이 고여있진 않았다. 괜히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쇄골 있는 부분을 연신 두세 번 쓸어내린 후, 똑똑 노크를 하였다.


안에서 예리한 목소리를 상냥한 말투로 포장한 Soona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요”

상담실 안에는 매우 따뜻해 보였다. 바닥에 폭신하게 깔린 기하학적 원형 무늬의 러그, 베이지색에 포근해 보이는 소파와 그 위에 담요까지.


그 옆으로 아주 예쁜 얼굴에 은색 머리를 무심하게 높게 틀어 올리고 흰색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Soona가 앉아있었다.

“엠마, 어서 와요 이리 가까이 와서 앉으세요”

“네”

“엠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불렀어요. 긴장하지 마시고 그냥 솔직하게 답해주세요”

“네” 엠마는 이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연신 네. 네 만 외쳐대고 있었다.


“먼저 처음 방문한 트레이닝 룸에서 롤플레잉을 할 때 마크 트레이너의 encouraging을 듣고 많이 울었다고 보고 받았는데 맞나요?”

아차! 첫 번째 방에서 마크에 말을 듣고 엉엉 울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엠마는 갑자기 매우 창피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네….”


“왜 울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나요?”

“음…. 글쎄요… 지금 잠시 생각을 해 볼 께요..”라고 대답하며 엠마는 자신이 왜 그의 말에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Soona는 그런 엠마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기다렸다.


엠마는 속으로 생각해봤다. “내가 아까 그 말을 듣고 왜 울었지? 그냥 듣자마자 눈물이 났는데 왜 울었냐고 막상 물어보니까 아무 생각이 안 나는데 … 그냥 울었다고 할까. 아무 이유 없이.. 아니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대답하기에는 이미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울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 터라 한마디라도 그럴듯한 이유를 대야할 것 같아” 라고 생각한 엠마는 아까 마크가 했던 이야기를 다시 곱씹어 보았다.


“내 사랑하는 큰 딸, 엠마. 너는 마치 깃발 같구나. 빨강, 초록, 분홍, 보라 등등 형형 색색으로 이루어진 만국기 말이야. 그러니 부디 그 자리에 머물지 말고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 아주 많은 사람들을 따스한 사랑의 길로 인도하길 바란다.”


몇 번이고 마크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본 뒤 엠마는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Soona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결론적으로 제가 운 명확한 이유를 말하자면 그건 이거다!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여러 번 마크의 말을 떠올려보고 이유를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가 매우 사람들을 사랑해서 인 것 같아요.


저는유명하지도, 능력이 출중하지도 않지만 만약 사람들이 도움을 거절하는 흑백 같은 이기적인 세상에서 도움을 구하고자 길을 찾고 있을 때, 높은 곳으로 더 힘차게 올라가 찬란히 오색빛깔을 펄럭거리며 그들에게 저의 위치를 알려주고, 지치고 힘든 그들이 깃발을 보고 찾아왔을 때 그들을 사랑으로 인도하는 그런 사람, 즉, 사람들의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커다란 기쁨이자 영광일 것 같아요. 그래서 실현 가능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매우 벅찼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추측컨대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사람이라, 아주 흥미롭네요”라고 오른손에 팬 하나를 든 상태로 양쪽 손을 깍지껴 포개 턱을 괴고 있는 Soona가 말했다.


“엠마, 한 가지만 더요! 아까 김삼섭 할아버지와 이스 텔린의 영상을 보고도 살짝 눈물을 훔치는 것 같던데, 아 물론 제가 본 게 맞다면요. 어때요?”


아까 영상을 보느라 불이 꺼진 상태에서 얼른 눈물을 훔치다가 불이 밝혀지길래 얼른 눈물을 닦아 냈는데 그 짧은 시간에 본 것을 들킨 게 쑥스러워 엠마는 잠시 머뭇거렸다.


“음… 보셨군요.. 하하 참 쑥스럽네요. 바보같이 제가 하루 종일 왜 이러는지..”

“오 노! 엠마 절대로 엠마를 바보같이 생각하지 않아요. 엠마는 감정의 충실한 사람 같아서 그래서 물어보는 거니 쑥스러워 말아요. 이번에도 생각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생각하고 말해도 돼요”


하지만 이번에는 엠마가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사실 전 세계에 많은 사람들 중에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후원하는 하는 사람들의 수치상으로는 매우 적어요. 보통은 그런 일에 쓰는 돈을 매우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나중에, 나중에 이런 말만 하다가 세월이 다 지나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어쨌든 후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후원자들 중에 매번 후원 아동에게 편지를 써주는 경우는 더더욱 적어요. 각자의 삶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후원 아동을 만나러 2일이라는 시간을 걸려서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후원자는 더더욱이 정말 극 소수가 되죠.


그런데 김삼섭 할아버지는 본인이 부자가 아니신데도, 또 본인이 장애가 있으신데도 후원을 시작하셨죠. 그리고 매일같이 이스 텔린에게 편지를 썼어요. 그렇게 15년을 하셨고 마침내 지구 반대편에 사는 그 친구를 만나러 그 많은 연세에 2일을 걸쳐 아이티에 가셔서 이스 텔린을 만나셨어요.


김삼섭 할아버지와 이스 텔린이 보여준 사랑과 시간은 절대 돈이나 어떠한 힘으로 사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그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제가 지불한 것이 바로 몇 방울의 눈물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말도 안 되게 놀라운 장면이었습니다.”


“진솔한 답변 고마워요. 엠마. 우리 어쩌면 더 자주 볼 수도 있겠네요?”

“네??”

“아참! 내 정신 좀 봐 엠마! 며칠 전에 등기로 이 서류를 받았는데요. 혹시 엠마가 작성한 건지 확인해 줄 수 있나요?” 하며 일주일 전 캐런 교수가 내밀 었던 것과 똑같은 설문지를 내밀었다.


a. 지루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것을 견딜 수 없다. Yes

b. 배우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이입할 수 있다. Yes

c. 언제나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계획이 넘쳐난다. Yes

d.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을 잘할 수 있다. Yes

e.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지만 흥미로운 생각을 한다. Yes

f. 다양한 종류의 장면들이 종류에 상관없이 막 떠오른다. Yes


설문지를 뚫어져라 쳐다본 엠마는 알 수 있었다. 모두 Yes에 동그라미 친 걸로는 이 설문지가 자신의 것인지 불확실 했지만 설문지 항목 맨 아래에 선명하게 본인의 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로 해보는 것이라고 했던 케런 교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서 엠마는 설문지를 응시한 채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엠마??” 멍하게 있는 엠마를 부르는 Soona의 목소리였다.

“네? 아! 네.. 이건 제가 한 게 맞아요.”


“그럼 이제 주세요”

하며 Soona가 손을 내밀며 엠마에게 말했다.


“네? 뭐를요?”


Soona가 예쁜 얼굴로 윙크를 해 보이며 말했다.

“은청색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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