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도대체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거야!”
“아니 할머니, 다시 잘 들어보세요 이렇게 왼쪽 길로 쭉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3번 수증기 터널을 지나시면 눈물현금센터가 있어요”
“몰라! 데려다줘. 나 같은 늙은이들한테 그걸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휴.. 어르신 제가 여기 자리를 지켜야 해서 거기까지 모셔다 드리기는 어렵다니까요” 눈물 트레이닝 센터에 경비원인 부르스가 한 할머니와 로비에서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눈물 화폐가 도입된지도 언 3년이지만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으로 연동되어 있는 계좌를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 여전히 눈물트레이닝센터 3번 수증기 터널에 있는 눈물현금센터에 방문해서 돈을 찾곤 했다. 이제 젊은 사람들은 아예 현금을 안 쓰기 때문에 화폐가 필요 없었지만 어른들은 현금을 고집하셨기 때문에 트레이닝센터 안에 있는 현금센터에 매일 같이 오고 있었다.
엠마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 화면에 잠금 버튼을 눌러 현재시간을 확인했다. 출근 시간까지는 한 15분 정도가 여유가 있었다.
“부르스, 굿모닝 제가 우리 할머님 현금센터 모셔다 드릴게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눈물 트레이닝 센터에서 타인공감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Emma라고 해요. 제가 현금센터까지 모셔다 드려도 될까요?” 엠마는 경비원인 부르스에게 살짝 윙크를 하고 웃어 보였다.
싹싹하게 웃으면서 안내해주겠다는 상냥한 아가씨가 맘에 들었는지 할머니는 좋다고 하고 엠마의 부축을 받으며 함께 3번 수증기 터널로 향했다.
오늘도 수증기 터널은 많은 수증기로 덮여 있었고 유리 표면에는 물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혀서 일정 크기가 되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수증기 터널을 지나니 눈물현금센터가 나왔다.
입구에는 직원 몇 명이 한 손에 콤팩트하게 쥐어지는 손전등 같은 니블 탐지기로 현금센터에 방문한 고객들 한 명 한 명 얼굴 부분을 스캔하고 있었다. 이 작은 니블 탐지기가 사람들의 머리카락, 수엽, 눈썹 근처를 이동하면서 눈물을 받아내고 있는 니블들을 검색하고 검색한 순서대로 순번이 접수가 되었다.
엠마가 할머니를 직원 중 한 명 앞으로 모셔다 드렸다.
“할머니, 잠시 니블을 스캔하겠습니다. 잠시 눈을 감아주세요. 스캐너에서 빛이 나오기 때문에 눈썹 근처 스캔할 때 눈이 부실 수 있어요”라는 직원에 말에 할머니는 별말 없이 눈을 감으셨다.
3초 정도의 스캔이 끝난 뒤 직원이 말했다. “할머니, 이제 눈 뜨셔도 돼요. 니블 검색되었고요. 니블 안에 등록되어 있는 할머니 정보로 순서 접수되었으니 이따 이름 불러드릴 거예요. 이름 부르는 해당 창구에 가셔서 은행업무 보시면 됩니다”
스캔 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지나 은행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은행 업무를 보는 많은 창구에 많은 직원들이 바쁘게 타자를 치거나 전화를 받으면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순번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대부분은 모두 어르신들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대기 소파에 앉으셔서 좌석 근처에 비치되어 있는 다양한 색깔의 브로셔들을 읽고 있었는데 엠마가 할머니를 부축하며 소파 쪽으로 모셔다 드리면서 바로 옆에 있는 어떤 할아버지가 읽고 있는 브로셔 겉면에 쓰인 제목을 살짝 엿보니 “스마트폰으로 눈물 화폐 사용하는 법”이라고 쓰여 있었다.
“할머니, 여기 잠깐 앉으세요. 은행업무 혼자 보실 수 있으시겠어요?”라고 말하는 엠마 앞에 퓨리가 다가와 알람이 울리듯 양옆으로 마구 흔들며 물을 먹으라고 하고 있었다. 퓨리는 커다란 물방울 모양으로 되어있는 움직이는 식수대이다. 눈물 트레이닝 센터 이곳저곳 공중에 둥둥 떠다니면서 식수를 공급하는 로봇이다. 눈물이 곧 화폐가 되는 세상이다 보니 항상 충분한 수분 공급을 권장하고 있었고 해서 여기저기 항상 물을 충분히 마실 수 있도록 퓨리들이 떠 다니도록 했다.
“할머니, 물 한잔 드릴까요?”라고 여쭤보니 할머니는 집에서도 많이 마시고 오셨다고 손사래를 치시면서 됐다고 하신다. 퓨리를 돌아보며 “괜찮아, 안 마실래”라고 했는데도 퓨리가 가지도 않고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물을 많이 마시자 공익광고를 틀어주며 가지 않고 계속 둥둥 떠있었다.
“그냥 가래도, 지금 목 안 말라”라고 말을 쏟아 내는데도 안에 들어있는 물을 찰랑찰랑 거리며 계속 퓨리가 흔들어 대자 엠마가 “알았어 알았어 물! 물 줘!”라고 하니 퓨리가 물방울 보양에 캡슐을 입구로 뱉어낸다. 물방울 캡슐 상단 부분을 들고 호~한번 부니 액체를 아주 짧은 시간 비닐의 형태인 고체로 만든 캡슐 껍질이 날아가면서 마실 물이 드러난다. 그대로 한입에 꿀꺽 밀어 넣고 액체 비닐은 퓨리 옆면에 걸려있는 액체 비닐 회수함에 넣었다. 이 액체 비닐들은 다시 액체 화해서 정수한 다음에 또다시 깨끗한 액체 비닐로 재활용된다.
“할머니 은행업무 혼자…”라고 말하자마자 전광판을 보시던 할머니가 본인의 이름을 발견하고 7번 창구로 가시려고 일어나며 말했다. “응응, 이제 혼자 볼 수 있으니 가봐 아가씨 고마워”
할머니가 창구에서 은행업무 보는 뒷모습을 몇 번이고 뒤로 돌아 확인한 엠마는 황급히 3번 수증기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로비로 가서 그녀가 근무하는 공감 트레이닝 센터로 가기 위해 1번 수증기 터널로 뛰어갔다. 핸드폰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 해 보니 출근시간 1분 전이었다.
엠마가 일하는 타인공감 트레이닝 센터는 3년 전 엠마가 처음 신규 교육 트레이닝을 받았던 곳이다. 이곳에서 엠마는 Soona와 개별 면담을 했었고 그것이 자기도 모르는 채용 면접이었음을 1년 전 대학 졸업식 2일 전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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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을 이틀 앞둔 엠마는 왼쪽 손톱은 입으로 가져가 물어뜯으면서 오른쪽 손으로는 컴퓨터 마우스 스크롤을 또르르르, 또르르르르 계속 굴려 대고 있었다. 구직사이트에 접속해서 벌써 몇 시간째 채용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띵!하는 소리와 울렸다. 도서관에 반납하려고 가져온 책 두권 사이에 끼어져 있던 핸드폰을 꺼내 메세지를 확인했다.
[눈물 트레이닝 센터]
친애하는 엠마님
귀하는 눈물 트레이닝 센터에 신규 트레이너로 채용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첫 출근 다음 주 월요일 2월 1일 오전 9:00
신분증 지참 후 눈물 트레이닝 센터 1번 수증기 터널 공감 트레이닝 센터로 오시면 됩니다.
주소: 41 Macrossan street (마 크로산 스트리트)
공감 트레이닝 센터장. Soona.
“뭐? 내가 트레이너로 채용이 됐다고? 말이 돼? 나는 이력서도 내질 않았고 면접도 본 적이 없는데? 눈물 트레이닝 센터에서 문자가 올 때마다 엠마는 난독증이 걸린 사람처럼 짧은 메시지에 내용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켈런 교수였다. 엠마는 2층에 위치한 켈런 교수의 방으로 얼른 뛰어갔다. 그녀가 친엄마이자 멘토로 생각하는 켈런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조언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쭉 늘어진 기다란 통로로 건너 출입문을 2개나 지나서 켈런의 사무실의 도착했지만 불은 꺼져있고 켈런은 없었다. 반투명한 출입문과 출입문 사이에 아주 작은 틈새로 눈을 한쪽만 떠서 바짝 갖대 대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그녀는 없었다. 그리고 교수님 사무실에 있었던 가족사진들도 교수님이 좋아하시던 차 세트와 컵도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았다.
“아.. 교수님이 어딜 가셨지? 꼭 교수님을 봬야 하는데.. 교수님이 주신 그 은청색 티켓. 그거야 바로 그것 때문에 내가 채용이 된 걸 꺼야. 학과 사무실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다시 엠마는 바삐 1층으로 내려와 학과 사무실로 향했다.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던 행정팀장 스테파니가 엠마에게 인사를 했다. “오 엠마! 오랜만이구나! 미리 졸업 축하한다!”
“스테파니, 안녕하세요. 축하 감사해요. 시간이 참 빠르네요 벌써 제가 졸업이라니.. 그건 그렇고 혹시 켈런 교수님 어디 가셨는지 아세요?”
“켈런 교수님? 너에게 말씀 안 하셨니? 켈런 교수님 다음 학기부터는 강의 쉬시기로 하셨어. 개인 사정이라고 얘기하셔서 자세한 건 나도 모르겠어.
“다음 학기부터 휴강하신다고요? 저한테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교수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글쎄 별일은 없을 거야, 따로 연락을 해보렴. 교수님 번호 알지?”
“네. 그럴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무실을 빠져나오면서 이미 엠마의 손은 켈런 교수의 연락처를 검색하고 있었고 전화를 몇십 번이나 걸고 문자를 남겨 놨지만 켈런은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되질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 엠마가 눈물 트레이닝 센터의 첫 출근하는 날까지도 켈런은 결국 만날 수 없었다.
결국 궁금함을 미처 해결하지 못한 채 첫 출근한 엠마는 2년 만에 눈물트레이닝센터의 방문했다. 문자에서 공지받은 대로 1번이라고 적혀있는 수증기 터널과, 계단을 지나 공감 트레이닝 센터의 문을 활짝 열었다.
“엠마” 어떤 여자가 아주 큰 소리로 엠마를 불렀다.
“누구… 신지?”
“2년이나 지났다고 나를 벌써 잊어버린 거야?”
“미안해요… 2년 전에 어디서 봤죠?”
“나 그레이스 야. 2년 전 이곳에서 함께 신규 교육받았던”
이름을 듣는 순간 그녀가 생각이 났다. 정확히 2년 전 처음 눈물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났던 아주 예뻤던 그녀.
“아 그레이스! 정말 미안해 벌써 2년이나 지났더니 깜빡했어” 하면서 그레이스를 바라보았다.
붉은 갈색머리, 블루, 핑크, 그레이 컬러렌즈를 두세 겹 겹쳐 낀 거 같은 오묘하고 그윽한 눈동자. 매우 낯익은 얼굴....
2년 전과 똑같이 매우 아름다운 그녀… 엠마는 그레이스가 켈런 교수와 매우 닮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레이스의 얼굴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우리 교수님도 붉은 갈색머리였는데…”
그 순간 엠마는 깨달았다.
“생각났다. 교수님 가족사진”
엠마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 냈다.
그레이스는 켈런 교수 방에 놓여 있던 가족사진 안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