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by 최소망

“벌써 1년 지났어? 발령 났대!”

“오늘 공지 떴다고 하던데? 자기는 어느 부서야?”


“좋은 아침” 엠마가 공감 트레이닝 센터의 문을 활기차게 열며 들어왔다.


“오! 엠마 좋은 아침 소식 들었어? 발령 공고 났대!”

“오! 정말요? 저는 이제 입사한 지 딱 1년 돼서 이번이 첫 번째 부서 이동이에요. 원래 1년에 한 번씩 부서이동 배정받는 다면서요?”


“맞아! 나 작년까지 특수 눈물 처리부서에 있었잖아. 진짜 끔찍했어. 제발 거기만 안됐으면 좋겠어”

“특수 눈물 처리 부요? 거기는 일이 어려운가요?” 지난 1년 동안 감정이 메말라서 눈물이 나질 않는 사람들에게 감동적인 글, 노래, 영화, 시각자료를 보여주며 함께 의견을 나누고 진심 어린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훈련했던 엠마는 처음 해보는 직장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다른 부서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얘기하자면 긴데 어쨌든 특수 눈물 처리부는 안되게 해달라고 지금부터 기도해야 할 거야! 조금 있다가 팀장님이 한 사람씩 불러서 이동할 부서를 알려주실 거야!”라고 눈물 트레이닝 센터 오픈 때부터 일을 한 3년 차 트레이너 제시가 조언했다.


엠마는 설마 내가 특수 눈물 처리부가 되진 않겠지?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고래를 도리도리 저으며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야 하면서 살짝 미소를 띠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새로 들어온 공감 트레이닝 자료를 산더미처럼 챙겨서 영상자료실로 향했다.


엠마는 오전 내내 영상자료실에 틀어박혀 영상들이 끊어지진 않는지 재생해보고 감동, 기쁨, 감사, 행복, 슬픔, 아픔 등등 종류별로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적막감이 가득했던 영상자료실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Soona가 들어왔다.


“Soona! 안녕하세요”

“엠마! 안녕! 부서이동 관련해서 잠깐 이야기할까? 다른 팀원들은 모두 내 사무실에서 했는데 엠마는 여기 있다고 해서 내가 이리 왔어. 여기서 해도 괜찮겠지?”


부서이동이라는 말을 들은 엠마는 괜히 긴장되는 마음에 침을 꿀꺽 두 번 삼키고 Soona가 앉은자리 맞은편에 조심히 앉으며 대답했다. “네”


“눈물 화폐가 생긴 지 이제 3년 정도 됐잖아. 그래서 우리 회사 안에 생긴 모든 부서와 직급들도 생긴 지 얼마 안돼서 지난 3년간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오며 수천번도 넘게 수정해오고 있는 건 아마 엠마도 잘 알 꺼야. 그래서 모든 직원들이 다양한 부서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1년에 한 번씩 부서 이동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엠마는 대답 대신 Soona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두 번 끄덕끄덕 했다.


“엠마에게는 이번이 처음 부서이동이 되겠네. 지난 1년 동안 공감 트레이닝 센터에서 고생 많았어. 엠마가 이동하게 될 부서는 “특수 눈물 처리부”야.


Soona의 말에 깜짝 놀란 엠마는 다시 되물었다. “특수 눈물 처리 부요??”


“맞아. 오전 근무 정리되는 대로 개인물품 챙겨서 4번 수증기 터널을 지나면 있는 특수 눈물 처리부로 가면 돼!”

“네…” 거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일어나려는 엠마에게 Soona가 한마디 덧붙였다.


“엠마 3년전에 내가 너를 왜 채용했는 줄 아니?”

의외에 질문에 엠마는 눈이 똥그래졌다.


“3년 전 눈물 화폐가 도입되기 3개월 전에 정부에서는 각 분야에서 덕망 높은 교수,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포함에서 트레이너로 적합한 인물들에게 초청 창인 은청색 티켓을 보냈지. 하지만 스스로 트레이너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주변에 적합한 사람을 골라서 티켓을 양도할 수 있었어. 그래서 2년 전 켈런 교수가 너에게 티켓을 양도한 거야.


하지만 티켓을 양도받았다고 해서 모두 다 채용되는 것은 아니었어. 그때 너는 몰랐겠지만 상담실에서 내가 너에게 몇 가지 질문한 것이 채용 면접이었고 너는 통과를 했지. 설문지를 포함해서 너의 성격이나 생각 모두 눈물 트레이너 자격요건에 부합했지만 내가 너를 채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너의 말 한마디였어.”


“제 말이요? 어떤…?”


“사람들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너의 말, 행동으로 보여줘. 특수 눈물 처리부에서. 기대할게”

오늘도 예쁜 얼굴로 윙크를 하고 Soona는 떠났고 엠마는 혼자 자리에 남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켈런 교수님이 은청색 티켓을 나에게 양도한 거라고…?”




낑낑거리며 개인물품 상자를 들고 엠마는 4번 수증기 터널로 향하고 있었다. 4번 수증기 터널은 다른 터널과는 조금 달랐다. 수증기는 전혀 없고 빨간색, 파란색, 회색, 검은색 등등 여러 가지 색의 물방울들이 섞이지 않은 상태에서 회오리처럼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약간 당황했지만 상자가 너무 무거운 엠마는 낑낑거리며 터널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터널을 빠져나가니 다른 수증기 터널에는 없었던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 있었다. 그중 한 개 엘리베이터를 골라 탔다. 엘리베이터 내, 외부 역시 모두 수증기로 가득 찬 유리로 되어있었는데 유리 표면에 아까 터널에서 봤던 다양한 색깔의 물방울들이 알록달록한 알사탕들처럼 엘리베이터 전체 유리에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엠마는 엘리베이터의 탑승을 하고 층수 옆에 설명을 읽어봤다.

3층 기체 눈물 거래소


2층 저당 감정 관리소


1층 특수 눈물 처리부


G층


지하 1층 눈물 폐수처리장




“무슨 부서가 이렇게 많아? 말도 어렵네… 특수 눈물 처리부는.... 아 여기.. 1층으로 가야겠다”라고 말하며 1층 버튼을 눌렀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가 터널이 있었던 G층에서 1층으로 움직이자 더 많은 색깔 물방울들이 엘리베이터 유리벽에 고였다.

“이 물방울들 꽤 예쁘네.. 그런데 왜 여기 물방울들만 색깔이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는 신호음을 울리며 문이 활짝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은 엠마는 입을 쩍 벌리고 그 자리에서 서서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계속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 여기저기 사방팔방 산더미처럼 서류들, 국내, 국외에서 날아 들어온 수많은 눈물 택배들까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때 3명의 사람이 엠마가 상자를 든 채 서 있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왔다. 그중에서 제일 키도 크고 형사들이 자주 입는 가죽점퍼를 입은 한 남자가 말했다.

“거기, 신입 그 상자 대충 어디에 내려놓고 당장 따라와”

“네? 아 네!” 엠마가 상자를 대충 바닥에 던지고 뒤를 돌아보니 벌써 그들은 엘리베이터에 다 탔고 그중 한 명이 열림 버튼을 누른 채 엠마가 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아주 고요한 새벽시간 비가 막 그쳐 시원하면서도 약간은 서늘한 거리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야간에 이동하는 거대한 사이즈의 화물차량 몇 대 많이 아주 빠른 속도로 슉슉 소리를 내며 지나갈 뿐이었다.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화물차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소리로 확인한 남자들이 으슥하고 어두운 지하창고 안에 여러 명 서있다.

“물건은 어딨지?”

몇 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명품시계와 함께 장인이 한 땀 한 땀 새겨 넣은 고급스러운 금장 단추가 목과 가슴에 장식되어 있는 블랙 슈트를 입고 빗으로 잘 빗어 위로 살짝 올려 아주 깔끔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머리를 하고 있는 한 남자 가 말을 꺼냈다.


다 찢어진 옷에 몇 주는 안 씻은 것처럼 보이는 남자 2명이 커다란 상자 하나를 힘겹게 낑낑 끌고 와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 앞에 쿵! 하고 내려놓았다.


명품 양복을 입은 남자의 오른쪽에는 그의 경호원처럼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다른 두 남자도 서 있다. 그가 눈빛으로 지시하자 오른편에 서있었던 경호원이 상자로 다가가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연 순간 양복 입은 남자가 두 손을 코로 막고 버럭 화를 냈다.


“어째서 저번보다 이렇게 악취가 더 심한 거야. 색깔들도 빛나는 건 없고 죄다 검은색들 뿐이잖아.”


“사장님, 사정 한 번만 봐주세요. 수십 명씩 잡아다 때려서 억지고 받아내고, 장례식장 돌면서 죽은 가족 때문에 우는 유족들도 기절시켜서 받아낸 눈물 들입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방법으로 받아낸 눈물이 아닌걸 니블이 얼마나 감지를 잘하는지 눈물들이 거의 다 썩었습니다.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가격이 꽤 나가는 색깔 눈물들도 있으니까 이번 달은 좀만 봐주세요.”라고 바들바들 떨면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 대답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남자를 몇천만 원짜리 명품 구두로 걷어차면서 양복 입은 남자가 말했다.


“헛소리 집어치워, 네가 방금 한 그 말은 지난달에도 지지난달에도 했던 말이잖아. 저딴 썩은 눈물 대신에 네 것이라도 받아가야겠어”


“예? 그게 무슨 말씀..”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에서 벌벌 떠는 남자들보다 키와 덩치가 2배는 커 보일 것 같은 경호원 두 명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남자들 둘을 무자비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비싼 손목에 차고 있는 비싼 시계를 연신 어루만지며 뒤돌아서며 말했다.


“눈물 똑바로 흘려야 할 거야. 이마저도 썩는다면 너희는 값어치 되는 눈물 흘릴 때까지 죽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계속 맞아야 할 테니까”


그 순간. 썩은 내가 진동하는 어두컴컴한 지하창고에 환한 불이 켜지면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너무 작은 지하창고라 뒷문이나 다른 출입구가 없어서 남자들은 모두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맞고 있던 남자들은 웬일인지 참고 있던 눈물을 마구 터뜨리며 엉엉 울고 있었고 양복을 입은 남자와 경호원 두 명은 두 손을 수갑에 묶인 채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그때, 형사 중에 가장 직급이 높아 보이는 한 남자가 입구 쪽에 크게 얘기했다. “들어와서 확인해주시죠!”


그때 3명의 사람이 지하창고 안으로 들어와 그들이 모아놓은 썩은 눈물 상자를 열었다. 다들 엄청나게 고약한 악취에 잠시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지만 이내 준비한 스포이드로 눈물방울들을 뽑아내 portable 측정기에 넣고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다른 이들에게 폭력을 사용해서 얻어낸 썩은 눈물임이 확실했다.


그 즉시 형사는 양복을 입은 남자를 포함한 모두를 현장에서 체포하며 미란다의 원칙(경찰이나 검찰이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자백을 받기 전에 반드시 변호인 선임권·진술 거부권 등 피의자의 권리를 알려 주어야 하는 원칙)을 수행하려고 하는데 양복 입은 남자가 경찰에게 침을 뱉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누군 줄 알아?? 나는 전 세계 100여 곳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호텔의 외동아들로 태어나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학교에서 일등을 한 수재야! 여러 명의 형제들을 다 제치고 아버지 뒤를 이어 사장이 된 유능하고 완벽한 억만장자라고!!!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너네 다 가만 안 둘 거야.?


남자가 발버둥 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던 그때 팀장님의 심부름으로 증거사진을 위해 차 안에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오라고 지시받은 엠마가 지하 창고로 들어왔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두 손을 입으로 막으며 탄식했다.


“데이먼?”

이전 06화신입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