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폐수처리장

by 최소망


“여기인가요? 여기는 어떠세요?”

“악!! 아파요. 아파요! 선생님 아파요!!”

“뭘 했길래 온몸의 근육들이 다 뭉쳤어요? 여기저기 멍도 많이 들고”


“원래 일하던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을 했거든요, 하루 일했는데 불법 눈물 단속을 10군데나 나갔더니 이렇게 몸살이 나버렸어요”라고 청색테이프로 군데군데 구멍 난 곳을 메워 놓은 병원 침대 위에서 엠마가 말했다.


“하하 부서이동 한지 하루 만에 이렇게 됐다니, 앞으로 자주 만나겠네요” 웃으며 의사 선생님이 대답했다.


“그런데 선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눈물 화폐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사실 의사라고 해도 월급을 다른 직종 하고 똑같이 받잖아요. 그럼 더 쉬운 일을 할 수도 있으실 텐데 어째서 계속 의사를 하고 계세요?”


“처음엔 화도 엄청났어요. 저도 인간인지라. 예과 2년 본과 4년에 레지 4년 합해서 10년을 의사 직함 달려고 열심히 했는데 이제 좀 그동안 부모님 등골 휘게 만들어서 공부한 학자금도 갚고 돈도 모아서 차도 사고 집도 사려고 했는데 비교적 아주 간단한 직종의 일을 하건 의사를 하건 다 똑같이 기본 급여는 1000 오슬러라는 황당한 말을 들으며 누가 화가 안 나겠어요. 의사.. 관두고 싶었죠”


“그런데 왜 안 그만두셨어요??”


“사실 의사를 돈만 보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어요. 후에 돈 맛을 본 몇몇 의사들은 돈만 보면서 하기도 하지만요. 처음엔 다들 사람을 살리고자 시작을 해요. 그런데 사람을 살리려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어떻게 돈 때문에 다른 일로 갈아 타 버릴 수가 있겠어요. 저만 바라보고 있는 환자분들이 있잖아요, 그만둘 수 없어요.”


“선생님 원래 멋있으신 줄은 알았지만 오늘따라 더 멋있으신데요? 저도 환자니까 그 모든 환자들을 대표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선생님이 계셔서 저희는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치료해 주셔서, 그 자리에 계셔 주셔서, 마음을 바꾸지 않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서 정식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엎드리고 누워 있는 환자가 할 말은 아니네요 하하”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의 눈에는 떨어지지는 않을 만큼의 눈물이 살짝 고였다.



물리치료로 몸이 한결 가뿐해진 엠마는 4번 수증기 터널과 엘리베이터를 지나 1층 특수 눈물 처리부에 도착했다. 어제 엘리베이터 근처에 버려둔 상자는 그 자리 그대로 그냥 던져져 있었고 오늘도 역시나 특수 눈물 처리부서는 아수라장이었다.


“하아~ 부서를 이동했는데 자리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은 다 뛰어다니거나 전화받기 바쁘니까 물어볼 수도 없고 미치겠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키가 2m 가까이 되고 어깨가 1m 가까이 될 것 같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엠마를 불렀다.


“엠마! 어제는 첫날이라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못했지? Soona한테 전달받았어. 난 특수 눈물 처리부서 팀장 마커스라고 하네. 우리 부서에 온 걸 환영하네. 자네는 엄청 운이 좋군! 자네 자리는 내 자리 오른편 줄에 맨 끝 책상 이야. 이제 바로 가서 책상 정리를 해. 곧 크리스가 와서 업무를 알려줄 거야.”라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엠마의 어깨를 탁탁 두 번 쳤다.

마커스가 얼마나 힘이 센지 개인물품 상자까지 들고 있던 엠마는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겨우겨우 자신의 자리를 찾은 엠마는 책상에 개인물품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그전에 아무도 쓴 적이 없던지 지난 3년 동안 두껍게 쌓아 올려진 먼지 때문에 몇 번이나 걸레를 빨아다 책상을 닦느라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때 검은색 워커부츠에 딱 달라붙는 가죽바지, 진회색 반팔티셔츠를 입은 쇼트커트에 여자가 다가왔다. 어제 단속 나갔을 때 함께 갔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엠마! 안녕하세요! 어제 우리 봤었죠! 반가워요 크리스예요”

엠마는 황급히 책상 정리하던 손을 옷에 막 닦고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

“크리스! 반가워요!”

“저는 이번 발령에 1년간 더 특수 눈물 처리부에서 일하라고 배정받아서, 아쉽지만 다른 부서는 못 가고 여기에 그대로 있어요 하하”

“아 무조건 옮기는 게 아니고 유직 되는 사람들도 있군요 몰랐어요”

“그 불행한 사람 중에 한 명이 바로 나예요”


엠마와 크리스는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으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자 그럼 이제 업무 전달을 시작해볼까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특수 눈물 처리부서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굉장히 다양한 부서로 이루어져 있고 눈물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을 모두 처리하고 있어요. 해서 모두가 매우 바쁘고 정신이 없죠. 봐서 잘 알죠?”


앞으로 3일 동안 한층씩 돌아가며 기본적인 업무를 파악할 거예요. 오늘은 지하 1층부터 가죠.”라고 하며 이미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크리스가 B1 버튼을 눌렀다.


B1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자마자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말 장화와 방독면이 일렬로 진열이 되어있고 다른 한쪽에는 입고 온 옷을 걸어 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엠마는 크리스를 따라 재킷을 벗어서 오른쪽 옷걸이에 걸어 놓고 발부터 어깨까지 감싸는 말 장화를 착용하고 방독면을 썼다.


크리스가 본인의 사원증을 리더기에 접촉하자마자 자동문이 열리며 폐수처리장이 나타났다.

페수처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하기 전에 방독면을 썼는데도 견디기 어려운 악취에 엠마는 벌써부터 오바이트가 나올 것만 같았다.


“참기 힘들죠? 저도 작년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는 그랬어요. 그런데 자꾸 오니까 적응이 거의~~ 되기는커녕 아직도 적응이 안되네요” 라며 크리스 역시 콜록콜록거렸다.”


이 부서에서 1년이나 일한 크리스도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나는 과연 이 부서에서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찰나 크리스가 누군가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Joe 아저씨, 안녕하세요!”

“이봐, 크리스! 며칠 만에 보는군!” Joe는 옆에 서 있는 엠마를 고개로 까딱 가르키면서 물었다. “ 누구 신입?”

그는 아주 더러워진 작업복을 입고 이미 이런 냄새 정도는 익숙한지 방독면도 쓰지 않고 있었다. 정화조에 뭐가 걸렸는지 아주 기다란 막대기로 물방울이 가득 담긴 수조를 휘휘 젓는 것을 멈추고 크리스와 엠마에게 다가왔다.


그런 Joe와 눈이 마주친 엠마는 얼른 인사를 건넸다.

“Joe 아저씨 안녕하세요. 엠마라고 합니다”

“반갑네. 냄새가 힘들 텐데 신입 치고는 꽤 잘 견디는군”

“지금 저는 ... 흡... 거의 숨을... 흡... 안 쉬고 있어요”

라는 엠마의 대답에 크리스와 Joe 아저씨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엠마는 폐수처리장이 처음이니까 아저씨가 잘 설명 좀 해주세요. 저는 밀린 일이 있어서 이따가 다시 들릴게요. 엠마 자세한 설명은 Joe아저씨가 해줄 거예요. 이따 봐요”라는 말을 남기고 크리스는 다시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 쪽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서운할 정도로 황급히 빠져나가는 크리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입을 살짝 앙다문 채 멍하게 서있던 엠마는 Joe 아저씨의 목소리에 황급히 몸을 돌려 아저씨를 응시했다.


“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지? 설명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갑작스레 신입을 교육하게 된 아저씨는 골치가 아픈 표정으로 양쪽 관자놀이를 엄지와 중지로 살짝 누르고 잠시 생각했다.

“우선은 이쪽으로” 하면서 아저씨는 커다란 탱크를 가리켰다.


“이곳이 바로 엠마 자네가 아침마다 출근하는 4번 수증기 터널이라네. 다양한 색깔의 물방울들이 한데 섞여서 소용돌이처럼 돌아가고 있지.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눈물에는 색깔이 있다네”


“눈물의 색깔이요? 눈물은 다 투명한 색이잖아요. 어떻게 색이 있을 수가 있죠?” 엠마가 안 그래도 커다란 두 눈을 더 크게 뜨며 Joe에게 되물었다.


“처음에 니블이 사람한테 눈물을 받을 때는 모두 투명한 색이라네. 하지만 니블이 눈물을 흡수하고 분석을 할 때 그 눈물의 종류와 감정의 경중에 따라 색깔이 바뀌어서 이 하수 처리장으로 전송이 된다네.


우선 우리가 생활에서 어쩌다가 나오는 생활 눈물, 반사 눈물 같은 것들은 불투명한 흰색 즉 우리가 쌀을 씻을 때 나오는 색깔로 변화되고 행복, 기쁨, 감사, 감동의 눈물들은 그 감정이 얼마나 격하냐에 따라서 아주 연한 핑크색부터 아주 붉은 빨간색으로 변한다네. 그리고 슬픔, 아픔, 고통, 분노 등등으로 나오는 눈물 역시 그 감정이 얼마나 얕고 깊은지에 따라 아주 연한 하늘색부터 아주 진한 남색으로 다양하게 변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면서 아저씨는 약간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말을 이어갔다. “불법 눈물 들은 모두 검은색이라네”


“불법 눈물…이라면 어제.. 단속하러 갔을 때”라는 엠마의 말에 아저씨가 말을 이어서 덧붙였다.


“맞다네. 어제 자네가 단속해서 압수한 불법 눈물들이 바로 이 터널 속에서 계속 돌아가고 있는 거지. 보통 정상적인 눈물들은 색깔별로 각각 정화조에 들어간다네 저기 보이나?” 하며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아저씨 말대로 색색별로 아름다운 색깔을 뽐내며 일반 눈물들과 생활 눈물들이 모아져서 정화되고 있는 중이었다.


“4번 터널을 제외한 눈물 트레이닝 센터의 모든 터널과 유리벽면은 정화된 모두 뿌연 수증기와 깨끗하게 정화된 물방울로 송골송골 맺혀 있는걸 아마 봤겠지? 이 곳에서 강한 회오리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여러 번 정화 과정을 거친 뒤 뜨거운 온도로 끓여 내면 엄청난 수증기가 발생되는데 그 수증기가 눈물 트레이닝 센터 이곳저곳에서 천천히 깨끗한 눈물로 정화되어 2번 수증기 터널에 있는 사회 사업부로 모아진다네. 깨끗한 눈물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격조건에 맞춰 지원하는데 쓰이고 있지.”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시네요. 검은색으로 변한 불법 눈물들을 깨끗하게 정화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눌 때 매우 기쁘시겠어요”


처음으로 아저씨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며 치아를 들어내며 웃어 보였다.

엠마도 덩달아 기쁜 마음에 활짝 웃었지만 방독면 때문에 보이진 않았다.


“그럼 불법 눈물이라는 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요?”


Joe는 답하기가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장화를 신은 그의 오른쪽 발로 바닥을 몇 번 비비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방법이 다양하긴 한데 보편적으로는 먼저 니블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도록 탐지기로 니블을 찾아내서 박살 내어 버리고 그 후에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협박하고 폭력 해서 그 눈물들을 글라스에 받아내기도 하지. 그리고 ... 또 다른 방법은 악어의 눈물이라고 들어봤나?”


“네 들어봤어요. 악어가 먹이를 잡아먹을 때 쉽게 삼키기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건데 마치 먹이가 불쌍해서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거짓된 눈물을 말하는 거 아닌가요?


“맞다네. 어떤 인간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진짜 슬프지 않아도 가짜 눈물연기를 하고 니블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자신이 진짜 슬퍼서 눈물이 났다고 계속 생각하면서....하지만 결국 니블을 속일 수 없고 악마의 눈물이 되어서 이 폐수처리장으로 오게 된다네.


“니블이 눈물을 받아내고 분석할 때 이 눈물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순간 바로 검은색으로 색이 바뀌고 24시간 내에 빠른 속도로 썩기 시작하네 그래서 이렇게 엄청난 악취를 풍기지..불법 눈물도 그 색이 약간씩 다른데 아주 심한 악행으로 뺏은 눈물일수록 그 썩은 냄새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최악이라네. 인간들의 마음처럼 말이지.”

말을 모두 마친 아저씨는 매우 슬픈 표정으로 필터에 걸린 이물질들을 묵묵히 떼어냈다.


엠마도 왠지 모르게 무거워지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저씨의 뒷모습과 악취가 나는 정화조들을 번갈아가 보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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