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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환철 Apr 25. 2023

홀로 서길 원하지만 함께여야 온전히 산다

봉사를 통해 배우는 잘 되는 조직

저는 보통 일요일에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이번 주에 제가 다니는 교회 식당에서 봉사를 했습니다. 1년에 2~3차례 식당봉사를 해야 합니다. 교회 식당에서 제공되는 식사 규모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한 끼 식사에 500~600명 정도가 식사를 합니다.

평소보다 빠른 예배를 드린 후 식당에 올라가니 점심을 권해서 식판접시에 밥과 반찬을 담았습니다. 기름 진 음식은 설거지를 두 배로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오늘 고기 요리가 없는 것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특히 접시가 쌓이면 깨끗하게 뒤로 누운 밥풀과 기름이 번져 정리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설거지 줄은 보통 4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저는 네 번째 자리에서 시작했습니다. 제 역할은 마지막 헹구고 나서 접시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고 하나씩 그릇보관함에 담는 것이었습니다. 일종의 품질 관리 담당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식당으로 몰려들자 최초로 응대하는 구간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해 접시가 쌓였습니다. 저는 도움을 주기 위해 가장 앞쪽으로 자리를 바꿨습니다.


이전에는 첫 번째 사람이 잔반이 담긴 접시를 받고 음식물 쓰레기를 비운 후 세제을 품어놓은 물에 담가 세제 세척 후 두 번째 사람에게 넘기게 됩니다. 제가 들어가고 나서는 사람들이 내놓은 접시를 음식물을 버린 후 물로 한번 행군 후에 세제 통에 담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전 프로세스는


1. 남은 음식을 버리고 세제를 묻혀 접시 닦기

2. 접시에 묻은 세제와 이물질을 물로 헹굼

3. 세제가 남지 않도록 물로 다시 헹

4. 최종 확인을 위해 접시를 물로 닦고 보관함에 쌓


새로운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남은 음식물을 비우고 음식물 찌꺼기 제거하기

2. 세제로 닦기

3. 물로 헹굼

4. 다시 한번 헹구고 그릇을 정리합니다


음식물 건더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일이 조금 더뎌니다. 접시를 가져온 컨베이어 벨트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 찼습니다. 그러자 다른 파트를 담당하던 자원봉사자 중 한 분이 제게 다가와 여러 접시를 쌓아서 제 앞 싱크대에 쏟아 넣었습니다.


그릇이 겹치면 접시 바닥이 오염되고 밥풀이 눌려 설거지가 더 어려워기에 제가 선호하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분명 나를 도우려고 한 행동이 틀림없지만, 내가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난 도움이 내 패턴을 깨고 방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이 행동 역시 저를 도우려는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알고 있었는데요... 사실 도움이 별로 안 됐어요.


순간 마음의 평정이 깨졌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손놀림을 빠르게 해서 앞 싱크대의 수북이 쌓인 접시의 숫자를 줄였습니다.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일했기에 뒷정리까지 빠르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교회봉사는 니 일 내 일을 따지지 않고 한마음으로 일하기에 회사 일과 다른 듯합니다. 교회공동체는 하나님을 기쁘고 영화롭게 하기 위한 근원적 사명이 있습니다. 회사도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며 하나 되어 일하면 좋겠지만 이상만큼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합니다. 앞으로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설거지를 한 후, 저는 저와 함께 일한 사람들과 다과를 나누는데 며칠 전에 사무실에서 했던 일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직원 교육이 있었지만 원하는 인원을 채우지 못해 각 부서의 문서접수 담당직원에게 개별적으로 쪽지를 보내 교육신청 명단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담당자와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제 요청 이후 꽤 많은 숫자의 교육신청이 이루어졌고 이에 대해 약간 불편함을 표현하며 금요일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아마도 담당자는 제가 설거지를 통해 느낀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직원을 불러 저의 주말 봉사활동 중 일어난 이야기를 말해줬습니다. 원치 않는 개입이 주는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금요일 개별부서로 교육신청자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개입한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사실 직원은 제가 자기 페이스대로 일하는 것에 개입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앞으로는 우리 서로 충분한 이야기를 하며 일을 해나가자며 웃으면서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자율성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할 때, 그것이 정당한 개입일지라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주말봉사를 통해 느꼈습니다.

사람을 나타내는 사람 인자는 서로 기대어 섭니다. 인간이라는 글자는 사람 인에 사이 간자를 씁니다. 가까이서 서로 돕되 선을 지켜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순리인가 봅니다.


아직은 멀고도 어렵지만 간섭이나 장악이 아닌 코칭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조직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릴 활동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망각할 내 자신을 염려하며 글로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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