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건강검진을 앞두고 내시경을 위해 금식을 해야 했다. 그런데 단순한 하루 금식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72시간 금식을 해보기로. 건강을 관리하려면 몸과 마음이 모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기회를 통해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그제 저녁부터 물만 마셨다. 놀랍게도 잠깐의 허기가 지나가고 배고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맑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첫날에는 중요한 회의 두 개가 있었고, 보고서도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머리가 맑았다. 마치 금식이 내 뇌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물론 심리적인 효과일 수도 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금식이 단순히 배고픔을 참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과학적으로도 72시간 금식에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첫 24시간 동안은 몸이 저장된 탄수화물을 태우고, 이후에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48시간이 지나면 인슐린 수치가 떨어져 지방 연소가 활발해진다. 그리고 72시간이 되면 자가포식, 즉 몸이 스스로 노화한 세포를 정리하는 과정을 시작한다. 이 과정은 세포 재생을 돕고 만성 질환의 위험을 줄여준다. 나쁜 세포와 결별하는 시간이다. 금식은 단순한 금욕이 아닌, 내 몸에게 스스로 회복할 기회를 주는 시간인 셈이다.
하지만 내게는 또 다른 소망이 있었다. 바로 뱃살과의 이별이다. 코로나 때 중단된 새벽 체육관 운동을 멈춘 후 불어난 10킬로그램. 이제는 정말 떠나보낼 때가 됐다. 몇 년간 함께 해온 이 뱃살과 작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 없다는 건 안다. 그래도 이 금식이 뱃살을 줄이는 작은 첫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금식이 끝나고 나면 음식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적정량의 식사량을 유지하고 싶다.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이번 경험이 그런 건강한 습관을 찾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단순히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이 목적이 아니다. 몸과 마음을 더 나은 방식으로 돌보는 것이 목표다. 적게 먹고 더 활동하기, 쉽지만 실천하기 힘든 건강 습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켜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