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강화, '액션 콘텐츠 in 잠시섬'
이날 나의 메인 일정은 강화 소리체험박물관이었다. 이번 여름 강화도를 가면서 ‘어디를 갈까’ 서치 하다가 제일 먼저 체크해 놓은 곳이었다.
즐겁게 먹고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소리체험박물관 앞에 도착해 있었다. 갈색의 원형 나무돔 형태로 만들어진 건물이 상당히 특색 있었다. 고풍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건물은 겉으로 보기보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상당히 넓었다. 입구에는 ‘왠, 소리! 뭔, 소리?’ 라는 문구가 써져 있었다. 소리에 대한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같이 갔던 멤버가 나에게 물어보셨다.
“와, 여긴 어떻게 아셨어요?”
“아, 강화도 검색하다가 봤어요. 제 아이디가 음파인데 소리와 관련된 것이라서요.”
“소리요?”
“어렸을 때 목소리 톤이 높아서 고주파나 초음파 같은 별명이 있었거든요. 거기에서 따온 거예요. 요즘 합창단도 하고 있고 음악도 좋아하는 편이라서 가보고 싶었어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가 담긴 악기나 오디오의 발전과정도 볼 수 있는 곳이라 가보고 싶었다. 나는 입장료를 내고서,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자연의 소리를 형상화한 여러 초기 형태의 악기들이 나왔다. 번개 치는 그림 아래 놓여진 긴 나무통이 보였다. 나무통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비 오는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래 줄이 달린 깡통을 세게 들었다 놓으면 신기하게도 매우 큰 천둥소리가 났다. 나무로 된 두꺼비를 긁으면 또 타악기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내는 것에서 시작해 악기가 만들어지고, 인류 초기의 음악이 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신기했다. 박물관 운영자분이 가이드를 해주시는데,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보니 더 재미있었다.
“오오, 천둥소리랑 벼락소리 나는 악기 너무 찍고 싶어요. 소리가 너무 신기해요.”
나는 신나서 몇 번 체험을 해본 후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같이 간 멤버분이 옆에서 시연을 해주셨고 나는 짧은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듣는 웅장한 소리가 스마트폰에 그대로 담기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최대한 정성껏 담아보았다.
“와, 이건 재활용품으로 만든 건가 봐요. 아이디어 좋다!”
“저절로 움직여요.”
옆에는 우리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통과 파이프 등을 연결해 스스로 움직이며 자동으로 음악이 연주되도록 하는 악기가 있었다. 재활용품들을 자동화시켜 스스로 움직이는데 악기연주처럼 들린다는 것도 신기했다.
과학시간에 배웠던 소리의 전달과 원리에 대한 체험을 해볼 수도 있었다. 과학시간에 소리가 전달되려면 물체의 진동과 그 진동을 전달해 주는 물질인 매질이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매질은 어떤 파동이나 물리적 작용을 옮겨주는 물질인데 예를 들어 공기는 340m, 물은 1500m였다. 얼음은 물의 두 배였고, 강철은 얼음보다 훨씬 더 멀리 가서 5000m였다. 목재는 소재가 각각 달라서 그런지 물보다 적거나 얼음보다 조금 높은 정도였다. 설명 옆에 금속 숟가락에 빨간 실이 이어져 있는 게 보였다.
“저 이거 전에 체험해 본 적 있어요. 금속 숟가락에 실 묶어두고 귀 옆에 대면 소리가 잘 들려요.”
“우리 해봐요. 제가 귀에 대볼게요.”
일행분이 실을 귀 옆에 대고 있는 동안 나는 연결된 숟가락을 팅~ 하고 쳤다.
“들리세요?”
“엄청 잘 들려요. 생각보다 소리가 엄청 커요.”
나도 똑같이 귀밑에 빨간 실을 대고 연결된 숟가락을 팅~ 하고 쳐보았다. 소리가 귀까지 매우 크게 울렸다. 말로 듣거나 글로만 봤을 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직접 체험해 보니 공명처럼 ‘웅~’ 하고 크게 울리는 소리가 나서 굉장히 신기했다.
공명현상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공명은 소리를 크게 만들어주고, 모든 악기는 공명통이라고 할 수 있다. 공명이 이뤄지려면 음(주파수)가 같거나 코드가 맞아야 한다. 커다란 다리 사진이 있어 보니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던 내용이 있었다.
“소리의 공명현상 때문에 다리가 무너진 사례도 있대요.”
“아, 저 예전에 서프라이즈에서 봤던 거 기억나요.”
박물관 안쪽으로 들어가니 정말로 다양한 세계의 악기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몇몇 악기들은 스스로 체험할 수 있어 연주해 볼 수도 있었다. 나는 바이올린도 켜보고, 나무로 만든 실로폰으로 ‘학교종이 땡땡땡’도 쳐보았다. 여러 악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체험인 것 같다.
2층으로 올라가니 역사적인 오디오 제품들과 휴대폰 기기들이 있었다. 먼저 150년 된 오르골이 있었다. 여전히 맑은 소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엔틱한 분위기의 네모난 나무 박스 안에서 금속으로 된 원형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현대의 바이닐 같았다. 나팔꽃 모양의 빨간 확성기가 달린 축음기도 보였다. 가이드해주시는 분의 말씀이 자그마치 에디슨이 만든 발명품이라고. 하긴 예전에도 어느 정도는 대량생산을 했을 테니 귀한 진품이지만 그래도 수량이 조금은 남아있겠지.
“에디슨이 만든 발명품이 여기 있는데 아직도 작동한다니 신기해요”
“그러게요. 앗, 여기 마이마이도 있네요. 카세트테이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주변을 보니 나에게도 친숙한 제품들이 있었다. 나의 청소년 시절을 함께 했던 마이마이와 CD 플레이어였다.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MD까지 있었다. MD는 정말 음질이 좋아서 내가 아꼈던 기억이 났다. 나에게는 추억이 담긴 제품들이었다.
예전에는 라디오에 나오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기도 하고, 여러 가수들의 히트곡으로 구성된 컴필레이션 테이프도 자주 구매하곤 했다. 카세트 테이프는 다 늘어날 때까지 들었던 것도 많았다. 그러다 친오빠가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CD 플레이어를 사줬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나는 에디슨의 축음기부터 카세트테이프와 CD플레이어, MD와 초기 형태의 MP3플레이어까지 보면서 오디오 기기의 발전과정에 따른 나의 추억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 시대에 즐겨 듣던 음악까지 기억나면서 애틋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쭉 오디오를 보니까 음악의 저장과 송출 과정을 전자기기로 보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음악과 음원의 발전 프로세스를 겪으며 성장해 온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용했던 추억의 물건들을 본 게 반갑고 좋았다. 얼마 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70년대 재현해 놓은 곳에 어른들이 많이 계시던 걸 봤는데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기한 것들도 좋지만, 내가 썼던 친숙한 물건들이 반가운 기분.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는 지금도 집에 있는데 가끔 충전하면 아직도 정상 작동해서 당시의 노래들을 종종 듣곤 한다.
다음은 핸드폰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폴더폰도 있었다. 신기한 것들도 좋지만, 역시 내가 썼던 친숙한 것들이 제일 반갑구나!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스마트폰인 아이폰 3GS도 있었다.
소리체험박물관은 종이나 타악기도 많았고, 박물관이 크지 않아도 볼거리가 꽤나 많았다. 꼼꼼히 보아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가이드 아저씨가 진짜 설명을 재미있게 잘하셔서 설명을 듣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냥 보면 잘 몰라서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씩 체험해 보고, 나중에 다시 와서 더 관람하니 재미있었다. 단순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이야기나 지식을 설명해 주는 가이드나 문화해설사 같은 분들이 정말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돌아온 입구에서는 여러 기념품 악기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작은 곰돌이 오르골도 보였다. 많은 악기와 소리를 보고 들어서일까. 입장할 때와는 다르게 무언가 마음이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 이 글은 기존에 써놓은 글을 연희창작문학촌에서 수정 업데이트하여 발행했습니다. 작가들에게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주시는 연희창작문학촌 및 서울문화재단 관계자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주로 시와 동시를 쓰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로 브런치에서 여행 에세이를 작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