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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Oct 24. 2022

환대의 기억

환대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단어를 진지하게 곱씹게 된 이유는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 때문이었다.

 

“아. 올 해도 정말 어렵게 뵙게 되네요. 대체 언제쯤 덜 바빠지시는 거예요?”

연예인 스케줄을 자랑하는 멘토님과 약속을 잡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욕심 같아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만나고 싶지만, 매년 가을의 끝자락이나 겨울의 초입 즈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약속 잡기가 어려운데도 10여 년 동안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게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생각할수록 신기한 인연이었다.


“나는 그 답을 알지.”

늘 그렇듯 그녀는 확신에 찬 듯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시간이 정말 없잖아. 그래서 누군가를 만날 때 단단히 벼르고 나온다는 말이지.”

“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그 사람에게 집중해.

그러니까 내가 자꾸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거 아니겠니?”


그녀는 호쾌하게 웃으며 자뻑 멘트를 날렸다. 따지고 보면 둘이 만나는데, 누군들 서로에게 집중 안 하겠냐만… 그날따라 그녀의 말은 최근에 만난 멘토 코치님과의 대화를 소환해 주었다.

 

요즘 들어 도무지 코칭 대화에 집중할 수 없음을 알게 된 나는 멘토 코치님에게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비법이 있는지 물었다.  진지하게 내 말을 듣던 멘토 코치님은 이렇게 제안했다.

“코칭 대화 시간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가 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고객 한 사람만 바라보세요. 프로세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에요”

 

멘토님의 한 마디와 그녀가 만들어낸 환대의 기억 속에서 내가 얼마나 생기 있는 주인공이 되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최고의 여배우가 되라고 했던 멘토 코치님의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재생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리라.


최고의 여배우가 되라고 했던 것은 노련한 배우가 되라는 말이 아니었다. 최고의 여배우는 어떤 상대를 만나도 멋진 합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되도록 상대를 주인공으로 세워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상대방에게 집중한다는 말은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는 말로 재해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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