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책길에서 특별한 풍경을 만났다.
능수버들 가지 위로 호박 덩굴이 타고 오르고 있었다. 한여름의 열기가 가신 자리, 바람은 선선했고
햇살은 유난히 부드러웠다. 서로 다른 생명이 맞닿아 한 폭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그 모습.
이 여정은 사람과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 안의 이야기를 만났다. 타인의 삶을 비추는 거울 속에서,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삶은 정답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배웠다.
이 여정은 내가 소중히 여겨온 가치들을 다시 확인하게 해 주었다. 진정성, 자유 그리고 아름다움. 그것들이야말로 내 걸음을 지탱해 준 힘이었다. 때로는 흔들리고 지쳐도, 마음 한가운데 남은 건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리고 이 여정은 태풍 속에서 빠져나와, 삶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도 나를 붙잡은 건 완벽함이 아니라
그저 ‘멈추지 않은 마음’이었다.
능수버들을 타고 오르던 호박 덩굴처럼, 나도 그렇게 방향을 잃지 않고 천천히 나의 길을 오르고 있는 중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도 나를 믿으며, 내 속도의 걸음으로 살아가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