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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Nov 15. 2022

[나희덕] 밤 강물이여

낯선 물결이 반짝인다

바로 눈앞에서, 또는 아주 먼 곳에서


몇 시간째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누가 흐르는지 알 수가 없다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어디론가 흘러가는 기억의 포말들


밤 강물이여

여기, 나를, 내려놓는다


비로소 그를 미워할 수 있게 되고

비로소 그를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곳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아무도 나를 깨우러 오지 않고


이틀쯤 굶어도 배고프지 않고

마음의 공복만으로도 배가 부른 곳


몸속 깊이 잠들어 있던 강물이 깨어나

물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곳


밤 강물이 고요한 것은

 깊이  멀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를 때 시집을 꺼내 든다

*시집 속에서 유난히 눈길이 머무는 시를 발견하면 그제야 내 마음을 어림짐작한다. 그러니 시집은 나에게 마음 사전이다

*오늘은 나희덕 시인의 '야생 사과'를 펴 들었다. 맨 첫 장에는 2010년에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라고 적혀있다. 그 덕에 추억 소환도 하고 마음 정화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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