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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Nov 17. 2022

일상 속 소름 끼치는 장면

탁! 탁! 탁!

지하철 플랫폼을 빠져나오는데, 무언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자  남자가 지팡이를 양쪽으로 휘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소리의 정체는 지팡이로 오른쪽 왼쪽 바닥을 재빠르게 번갈아 가며 치면서  나는 소리였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의 걸음 속도로만 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빠른 걸음, 허공을 가르 지르는 지팡이와 바닥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경쾌한 소리가   없게 만들었다.


그는 2호선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는 모양이었다.

압권은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장면이었다. 양쪽으로 가로지르던 지팡이가 에스컬레이터 오른쪽 손잡이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고, 그는 한치의 주저함 없이 가뿐하게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사실  그가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해   조금 불안한 마음이 었다. 그런데 그는 가볍게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을 뿐만 아니라 성큼성큼 걸어 내려가기까지 했다.


마치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의 몸놀림을 하고 있던 그를 면서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다. 그렇게 일상적이고 평범한 몸놀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단련한 걸까? 마치 무림의 고수를 보는 것과 같은 경외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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