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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굴뚝

화가 날 때 굴뚝 요법을 추천합니다

by 도심산책자


내 어깨에는

굴뚝이 하나 있어

열 받거나

가슴에 연기가 가득할 때

그리로 그것들을 내보낸다.


어떤 때는 연기가 많이 나고

어떤 때는 빈집 같다.​

(어떻든 나는

굴뚝 요법을 추천한다.

그리고 굴뚝은

예컨대 고찰(古刹)의 옛 굴뚝처럼

이쁠수록 좋다.)




*오늘 코칭을 받는데 화가 올라왔다.

*나 스스로 당황스러울 정도의 화였는데, 평소의 나라면 그 즉시 통제하려고 했을 것인데,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올라오는 화의 모습을 그대로 들여다 보았다.

*말로 풀어낸 화의 모습을 보자 이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갑자기 이 시가 떠올랐다.

*오늘 밤 내 어깨 위에 무수한 흰연기들이 피어올라 어딘가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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