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심산책자 Jan 31. 2023

고객과 함께 춤을 춘다는 의미

나도 몰랐던  Being 질문의 실체

코칭을 공부하다 보면 굉장히 문학적인 문장이나 단어들과 만나게 된다. 그중 하나가 '고객과 함께 춤을 춘다'는 것인데, 늘 그렇지만 이것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경험하는 것과 천양지차라는 것을 또 한 번 배웠다.


오늘 8시 코칭이 갑작스럽게 취소되었다.

취소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자유로구나!'

20, 30 단위로 쪼개서 영화의 마지막 30분을 마저 보았다.

영화를 보는 게 좋았다기보다는 예기치 못한 여유가 너무 좋았다.

'아! 여유가 고팠구나!'


4월 코칭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요즘 코칭으로 꽉 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방학을 맞아 편히 쉴 수 있는 주말시간, 단 잠을 자야 할 주말의 아침시간, 평일의 점심시간까지도 코칭이 점령하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새 내 일상이 잠식되고 있었다. 그러니 약속이 취소되고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 기분이 된 거겠지.


그러나 코칭 하나가 취소되었다고 끝은 아니었다. 오늘은 무려 저녁 시간에만  개의 코칭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30분의 감질나는 여유를 즐기고 다시 켰다. 전화 코칭에 익숙졌는데  코칭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전화로 하면 소리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미팅을 하면 화면 속고객의 표정과 행동들도 마주하게 되어 오히려 집중을 흐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라고 표현하셨는데, 판도라의 상자는 어떤 건가요?'

'첫 단추를 끼우고, 싶은데 두려움 때문에 쉽게 끼지 못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두려움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게 되면, 2023년 연말은 어떻게 마무리될 것 같으세요?'

'지금 보고 계시는 차 키는 이 주제에 관해서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으세요?'

'지금 보고 계시는 휴대폰은 또 이 주제에 관해서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으세요?

'고객님! 지금 환하게 웃고 계시네요. 기분이 어떠세요?'


코칭 시작 전에 내일 출근해야 하는 게 두렵다던 고객은 코칭이 끝나자 얼른 출근해서 오늘 코칭 대화를 통해 나온 방법들을 적용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의 코칭에 대해 피드백을 해줘야 할 상위 코치님은 고객의 얼굴 표정과 에너지, 실행의지를 보면 코칭 피드백이 필요 없겠다며 농담을 던지셨다.


아직 여러 가지로 미숙하지만 코칭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고객이 스스로 하는 성찰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고객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따라가다가 고객의 변화가 감지될 때 그것을 고객에게 되돌려 준다. 그리고 때로 용기 있게 직관을 발휘한다. 그럼 고객은 코치의 질문을 따라서 더 깊은 욕구를 발견하는 문을 하나, 둘씩 열고 들어간다. 어떤 코치는 문 세 개 정도는 열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코치는 세 개를 열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조차도 코치의 직관을 믿고 가야 하는 영역인 것 같다.


오늘의 깨달음은 Being 질문을 통해서 코칭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고객과 함께 춤을 추다 보면  안에서 직관이 발휘될 때를 직면하게 되고, 그것을 힌트 삼아 Being 질문으로 연결시킬  있다는 것이다. 역시 머리로 아는 것과 경험으로 아는 것의 밀도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다른 깨달음은 고객은 스스로 답을 찾을  있는 잠재력과 창의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물이 코칭 주제와 관련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줄  같냐는 질문은 사물의 속성과 고객 스스로의 직관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내게 된다. 사물은 그냥 도울뿐 결국 고객 스스로의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나는 이런 장면을 마주할  전율을 느낀다. 고객의 직관에 감탄하고, 고객에 대한 신뢰가 깊어짐과 동시에 저절로 응원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참 아름다운 장면이고 참 문학적이다.


코칭에서도 운빨이 적용된다면 나는 그것을 '고객 빨'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름이 잘 돋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