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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Feb 24. 2023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가 시작과 과정과 끝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

"내 브런치 글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

후배와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리틀 포레스트 보셨어요?"

"리틀 포레스트 같은 느낌이에요."


'리틀 포레스트'라는 단어 하나로 느껴지는 감상에 빠져 있다가 언젠가 영화 감상평을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리저리 감상평을 찾다가 정작 감상평은 찾지 못하고 다른 기억을 하나 건졌다.




2018 연말 즈음의 일이었다. '아름다운 마무리' 어때야 하는지 보여주었던 장면.  때도 그랬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너무 아름답게 기억되는 장면.


유종의 미. 한 해가 저물 무렵 늘 마음 속에 새겼던 말, 그 말은 단순히 찰나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든 순간을 의미있게 만들려는 과정 속에 녹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어떤 마지막을 볼 때 단순히 그 마지막을 보지 않고 그 시작과 과정, 그리고 그 끝을 함께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님의 퇴임식은 정말 아름다웠다. 당신조차도 몰랐을 정도로 사소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때로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추억을 건져올렸다.


나는 입사 최종면접을 볼 때 처음으로 대표님을 뵈었다. 잔뜩 긴장하고 대표님실에 들어섰는데, 검증을 위한 질문 대신에 회사 소개와 나아갈 방향을 브리핑해주셨다. 어찌나 소탈하신지, 긴장했던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이런 대표님이 있는 곳이라면 함께 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을 굳혔다.


각자의 소중한 추억을 담은 영상 속에서 그 분은 다시 빛나는 모습이었다. 켜켜이 쌓인 추억이 영상 속에서, 각자의 기억 속에서 흐르고, 울컥해서 목이 메었다.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래도 전날 마음을 추스른 것이 약효가 있었다. 잘 참았고 무사히 사회자로 책임을 다했다. 끝나고나니 이런 의미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뿌듯함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시간, 의미있는 일이었다.


대표님은 후배들에게 남기는 주옥같은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그 말씀을 온전히 기억하는 이유는 공중에 부유하는 그냥 좋은 말이 아니라 평소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1. 사람은 차가워지고 굳어지면 생명을 잃게 된다. 따뜻해져야 한다. 먼저 스스로에게 따뜻해야 하고 동료, 조직, 사회, 자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따뜻해야 한다.


2. 굳어지면 안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과거에 고착되어 굳어진 것들은 생명력을 잃는다. 끊임없이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 책으로 배우고 동료로부터 배우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배워라.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경은 온다. 그 역경을 이겨내면 거꾸로 경력이 된다. 앞을 가로 막는 것이 있다면 밀어내라. 그것이 문이라면 열면 되고, 그 것이 벽이라면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그도 아니면 담쟁이처럼 타고 올라라.

 



다시 리틀 포레스트로 돌아와서.

솔직히 나는 아직 리틀 포레스트같은 글이 어떤 글인지 모른다. 이것으로부터 연상되는 단어들을 떠올려볼 뿐이다. 지금 떠오르는 단어는 이렇다.

‘무해하다’

‘자연을 닮아 있다’

‘고향같다’

‘정화가 된다’

‘평화롭다’

‘휴식같다’

‘아카시아꽃 향기처럼 아련하다’

‘때로 달큰한 아카시아꽃 튀김처럼 색다른 맛이다’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빛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믿어”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이 고향 마을에 머물면서 사계절을 돌아 ‘아주심기’ 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미소가 지어진다.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한 것.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기대감을 갖고,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 속으로 들어가 보련다. 그 곳에서 당신도 당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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