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하는 봄맞이
섬진강변
광양 매화마을은
매년 봄만 되면
청매화, 홍매화로 물든다
눈이 뒤덮인 것마냥
온 마을이 매화 향으로 뒤덮여
어질머리를 일으킨다
이 마을 아이들은
고향을 떠나고 난 후에
독한 향수병을 앓겠지
기억은 희미해져도
향기는 오래도록 남아
매년 봄날만 되면
어질머리를 일으킬 테니까
수년을 벼르고 벼르다가 광양 매화마을에 갔을 때였다. 섬진강변을 따라 굽이굽이 버스를 타고 매화마을로 들어섰는데,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향기였다. 버스 뒷 문이 열리는 순간 강렬한 매화향이 코를 스쳤다. 과연 매화마을답다는 생각과 함께 그 기억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마을 입구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계신 할머니였다. 처음에는 마실 나온 동네 할머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할머니 옆을 지나가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가 제법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하셨기 때문인데, 그 장면은 매화향만큼이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할머니가 놓지 않은 기억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할머니는 아마도 스스로 쏟아낸 무수한 말들을 기억조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따뜻한 봄날의 매화향기는 느끼고 계시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