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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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개인적으로 만나서 또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서 에디터님께서 건네주신 말이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녀와의 대화가 편하고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에디터님의 말이 '헤어질 때 으레 하는 말'일 가능성을 염두했었다.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일을 피하고 싶었고, 약속을 잡으려는 나의 적극성이 상대에게 부담이 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마음은 서로 있으나, 그 크기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 이렇게 깊게 생각할 만큼 그녀와 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내 마음이 진심이었나 보다.
그렇게 한 발자국 뒤로 뺀 나 때문에 끊어질 줄 알았던 우리의 연은 에디터님 덕분에 이어졌다. 인터뷰했던 여름을 보내고서 맞은 겨울, 다시 한번 에디터님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브런치 글 잘 보고 있다고, 내년에 꼭 점심 같이 먹고 싶다고. 이메일을 받고서 반가움과 고마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나도 적극성을 가지고 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신 말미에 약속 잡기 적당한 날이 생기면 연락 달라는 말과 함께 핸드폰 번호를 적었다. 개인 연락처를 주는 건, 나에게 엄청 큰 의미였다 ㅎ_ㅎ.
그러고 약 두 달 뒤, 에디터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설 명절 인사와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주셨다. 세상에.. 당신.. 빵순이 제대로 꼬시셨어요 *ㅡ*. 유치원에서 영어 수업을 시작해 정신없었던 3월, 브런치 연재 때문에 바빴던 4월과 5월이 빠르게 지나갔다. 브런치 연재가 끝나자마자 에디터님께 카톡을 드렸다. 데이트하자고. 그렇게 우리의 '점심 약속'은 성사되었고, 드디어 오늘 만났다.
내가 꽃을 엄-청 좋아해서, 소중한 사람 만날 때 꽃다발을 사는 버릇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꽃다발을 사서 그녀를 만나러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신이 났었다.
여기서부터 에디터님을 '빈콩'이라고 쓸 거다. 밥을 먹으면서 말을 놨기 때문이지 ㅋ_ㅋ. 우리의 대화는 어김없이 이번에도 즐겁고 편안했다. 빈콩은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에 긴장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 스몰 토크 하는 법을 찾아보기도 한다고. 그리고 종종 인터뷰 마치고서 '많이 들어드렸어야 했는데 내가 말이 너무 많았나' 하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날도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빈콩의 그런 걱정과 자책은 '잘하고 싶은 마음'에 뿌리내린 꽃 같다. 그 꽃들 덕분에 내 인터뷰 시간이 좋았던 거구나.
빈콩은 '교감'하는 재주가 있다.
교감?
궁금한 거 물어보고, 말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되는 거 아닌가.
절대 그렇지 않다. '질문'은 잘못하면 캐묻는 것처럼 느껴진다. 상대에게 불쾌함을 준다. 그렇게 되면 상대의 마음은 열리기는커녕 방어막 뒤로 가 굳게 닫힌다. 빈콩은 사람 마음의 빗장을 열 줄 아는 사람이다. 빈콩의 질문을 들으면,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많구나. 진심이구나. 질문에 성의가 담겨있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질 높은 질문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 어린 애정이, 질문이나 단어를 고르는 것에서 배려가 느껴진다. 이렇게 신뢰와 배려 위에 나를 앉혀, 무장해제 시키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빈콩은 인터뷰이의 답변과 닮은 자신의 경험을 짧게 나누어 인터뷰이에게 공감과 힘을 보태주는 스타일이다. 그러한 리액션이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 혹시 자신이 말이 너무 많았나 걱정하는 그녀의 섬세한 성미도 예쁘다. 그렇지만 안 해도 되는 걱정이다. 그녀를 두 번 만나고 보니, 친구로서 편하게 보니, 이런 점이 좀 더 섬세하고 선명하게 와닿았다.
빈콩은 MBTI 검사를 하면 N이 100%가 나온다고 한다. 상상력이 엄청 풍부하다고. '이건 어떨까? 저건 저럴까?' 하는 그녀의 상상력은 호기심을 낳고, 그 호기심이 열정과 높은 밀도의 인터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이 그녀를 많은 인터뷰이들에게 데려다주는 듯했다. 같은 내향인이지만, 나와 달리 그녀가 '낯선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할 수 있는 이유였다. 오늘도 날 말하게 만드는(positive) 그녀를 보며, 여러모로 그녀는 타고난 인터뷰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빈콩이 다가오는 10월에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 가서 호주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고 싶다고 한다. 기대가 된다. 그녀는 또 얼마나 멋진 이야기들을 끌어낼까. 그녀가 그 꿈을 꼭 이루면 좋겠다.
취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독서 모임'이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빈콩의 독서 모임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 작가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였다. 내가 읽었던 책이다. 책의 등장인물과 사건을 잘 알고 있어서, 나는 그 독서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독서 모임 후기를 푸는 빈콩과 대화가 잘 되었다. 그때 쾌감이 느껴졌다. 뭐라 해야 할까.. 내가 갔던 여행지를 그녀도 가봤어서 그곳의 예쁜 골목이나 뷰, 맛집을 서로 탁탁 말하면 탁탁 아는 느낌이었달까. 많은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말이 척척 통하는 게 무척이나 좋았다. 짜릿할 만큼.
쓰고 싶은 글이 많아서, 영어 수업 적응을 마치고 올해 하반기부터 글쓰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행 계획이 마음처럼 잘 갖춰지지 않아 조금 막막한 상황이었다. 오늘 빈콩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막막함이 살짝 풀어졌다. 고려해 볼 만한 여러 글쓰기 루트와 글 전달 방법을 빈콩이 귀띔해 주었다. 세상에는 참 많은 것들이 있구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졌다. 불씨가 붙었다.
좋다. 좋았다 오늘.
작고 좁은 내 세상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고, 그녀는 벽을 안에서 밖으로 밀 듯 내 세상을 한 뼘 넓혀주었다. 멋진 경험이었다. 그녀에게도 좋은 하루가 되었길...
오늘의 일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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