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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신효인 Jan 16. 2022

나는 학교 폭력 피해자입니다

세상에 밝히지 못했던 나의 비밀


내게는 세상에 밝히지 못한 비밀이 있다.


드러내면 사람들이 수군댈 나의 약점이자, 꼬리표가 될 거라고 생각했었기에 지금껏 철저하게 숨겨 왔던 나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학교 폭력 피해자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꾸준히 따돌림과 학교 폭력을 겪었다. 등하굣길에 신발주머니로 구타를 당하는 정도였던 저학년 때와 달리,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중학교 생활은 기억하기 괴로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당시 하교 전까지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서 내가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쉬는 시간마다 인적이 거의 없는 화장실에 숨어 있는 것뿐이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치면 화장실로 가 좌변기 뚜껑 위에 앉아 노래를 듣거나 핸드폰 게임을 하다가, 수업 시작하는 종이 울리면 교실로 돌아오곤 했었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사건이 터졌다. 하굣길에 소위 말하는 학교 일진들에게 붙잡혔다. 그동안 하굣길을 매일 바꿔가며 눈을 피해 귀가하곤 했는데, 그날은 붙잡히고 말았다.  아이들은  3시간 동안 장소를 바꿔가며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폭력과 폭언을 나에게 퍼부었다.  아이들에게서 겨우 풀려나 집에 가는 길에, 울면서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따돌림과 학교 폭력을 고백한 순간이자, 내가 나를 지옥에서 구조한 순간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었다. 오랜 시간 따돌림과 학교 폭력을 겪으면서 내게는  생활이 일상이었고,  보복이 두려워 주변 어른에게 말하지 못했었다. 그저  심해지지 않도록,  아이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며 학교를 다니는  당시에 내가   있는 최선이었다. 학교 폭력이 밝혀지면서 가해자들 일부는 징계 아닌 징계받았고,  이상 등교를   없는 상태였던 나는 전학도 포기하고 학업을 그만두게 되었다.

해맑고, 정이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였던 나는  7년의 따돌림과 학교 폭력으로 인해 많이 변했다. 사람이 무섭고 싫어졌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에 취약해 몸이 자주 아프고, 예민해졌다. 그런 내게 '사람' 빼고는 가능한 일이 거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너무나도 벅찬 일이었다. 그렇다고 기억을 지울 수도,  일을 겪기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도 없었다. '수많은 따돌림과 학교 폭력을 경험한 ', 남은 평생을 살아가야 했다. 이걸 인지했을 , 앞으로 아픈 경험의 그늘에서 벗어날  없다는 생각에 암담한 심정이었다.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서는, 거친 사회에서 살아남기엔 너무나 말랑하고 약한 스스로가  버거웠다. 이런 나를 삶의 끝까지  다독이고 이끌어  자신이 없을 정도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다.  뒤로  15년을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무식하게 버텼다. 학교도 마저 다니고, 성인이 되어서는 회사에 들어가 돈도 벌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남아있는 따돌림과 학교 폭력의 여파는 나를 쉽게 지치고, 무너지게 만들었다. 아무리 있는 힘껏 외면해도, 나의 어둡고 아픈 과거는 아주 단단하게 뿌리 박혀 있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인정했다.



나는
따돌림과 학교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고,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일상에서 사람과 관련해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인 뒤, '사람'이 편하지 않은 스스로를 더 이상 무리시키지 않기로 했다. 숨 쉬는 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버거웠던 만원 버스와 지옥철을 더 이상 타지 않기로 했고, 하루에 기본 9시간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직장 생활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지금은 평균 4시간 정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나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는데, 시간과 심적/육체적 체력을 잘 관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 그리고 누군가 날 미워하면 그 사람의 환심을 사려 애썼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이들에게만 집중하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 이렇게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나만의 삶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사실 이전까지는 나의 그늘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꺼려했었다. 말 안 하면 아무도 몰랐을 일을 내 입으로 밝혀서 약점을 보이는 것도, 사람들이 '아 쟤는 그런 애'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도 싫었다. 나조차도 감당하기 버거운 나의 어두운 과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부담스럽다며 나를 거절하진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사연이 많은 나를 그 누구도 사랑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어딘가 그늘지고 아픔이 많은 사람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테니까. 예쁘고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지금껏 나의 어두운 학창 시절을 철저하게 숨겨왔다.


평생 말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 이야기를, 이제는 누군가와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게 너야!
그래서 뭐 어쩔 거래?
넌 충분히 멋있고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조금 어두운 사람이면 어때.
난 널 사랑해.
잘 버텨줘서 고마워.



후유증으로 한참 힘들어하던 때에 친구들이 내게 몇 번이고 해 주던 말이다. 나의 어두운 면을 알고도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그들 덕분에, 타인으로부터 거절당할까 두려워하며 나를 감추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진짜 나'로 진실되게 살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글을 통해, 나의 학창 시절을 '트라우마'가 아닌 그저 '지난 일'로 맘 한쪽 구석에 잘 정리해두려 한다. 더 이상 발에 차이지 않도록, 앞으로 온전히 내 삶을 사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그 일을 창피하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첫걸음을 이렇게 떼어본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에 드러낸 나의 그늘에서 누군가 쉬어가고, 위로와 희망을 얻어갈 수 있길 바라본다.




모든 이들의 빛나는 생존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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