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가슴이 미친 듯이 뛴다. 일반적인 심장의 두근거림이 아니다. 그렇다고 설렘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의 심장 떨림도 아니다. 가슴 중앙 손가락 두 마디 아래 언저리쯤을 쪼여내며 나를 옥죄어온다. 나를 둘러싼 공기들은 어느새 저 멀리 밀려나고 난 우주 어딘가 홀로 떨어져 숨 쉴 수 조차 없어지는, 내 의식과는 상관없는, 내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확실한 것은 결코 유쾌한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몸의 반응들이 일어나는 동시에 나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 잡혀 누가 던져주지도 않은 걱정들로 머릿속을 꽉 채워 버린다. 그 부정적인 생각들에 의해 내 의식이 파묻혀 사라질 것 같아 막혀가는 숨을 고르며 불안감의 원인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아무리 생각해보지만 내 손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들은 극히 제한적인 것을 느끼며 더 큰 좌절감과 함께 동반되는 가슴 조임에 고통스러워한다. 처음에는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에 닿아 있기 때문에 생긴 그냥 단순한 두려움 또는 스트레스에 의해 생겨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치부하고 무시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두려움과 불안감은 나를 짓누르며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나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어느새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바닥에 닿으면 바닥에 닿는 대로 고통을 안겨주고 벽에 닿으면 벽에 닿는 대로 고통을 주는 가시 같은 모양을 한 우울감이라는 함께 하기엔 고통스러운 그런 존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건축 구조 설계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이름에서 풍겨지는 느낌은 뭔가 알듯 말듯하면서 희귀할 것만 같고 어려운 무언가를 다루는 직업 같다. 누군가 나에게 직업이 뭐냐 물어보고 건축구조설계라는 답을 할 때마다 건축 계통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이들은 항상 건축 설계와 동일하게 보거나 이쪽 계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들은 그 복잡한 것을 어떻게 하냐고 손사래치곤 했다. 불행하게도 10년 가까이 같은 일을 하면서 느낀 내 감정도 딱히 다르진 않았다. 잘 닦여진 아스팔트 길을 달리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먼지 가득하지만 바닥은 단단한 흙길을 걷는 정도면 그래도 봐주겠는데 한 걸음을 걸으면 무릎 정도는 가벼이 빠져버려 다른 한 걸음을 내딛으려면 온몸에 힘을 주고 몸을 뽑아내듯 비틀어 들어 올려 앞으로 내던져야 조금이라도 나아 갈수 있는 뻘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걸음을 걸으며 걸어온 길에 대한 보상으로 보람이 있었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견디고 이겨내면 나중에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존경을 받으며 일을 해나가는 꿈을 그리기도 했었으나 애정이 생겨나기 이전 이미 무언가에 눌려 없어져 버린 지 오래였다. 그렇다 보니 이 길을 선택한 원망은 원초적인 선택의 기로로 돌아가 건축을 선택했던 나 자신을 원망하기 일쑤였고, 이 상황의 반전을 바랄 수 있는가라고 생각해 보면 10년 가까이 이 한길을 걸어온 나에게 변화는 새로운 시작을 말하며 새로운 시작을 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것이라고 단정 지어버렸다.
이미 몇 해 전 직업에 대한 회의감과 이 일을 앞으로 해 나가며 내 인생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에 다른 일을 해보고자 다른 길로 향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맞닥뜨리고 결국 먹고 사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 직업이라는 꿈을 접고 다시 이전의 삶으로 회귀를 결정하고 가슴속에 쌓아놓았던 모든 불만과 걱정을 가슴으로 감싸 묻어버리고 다시 이전의 삶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불만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 싶었을 때 매일을 반복하며 겪는 일의 회의감이 쌓여 만들어낸 피로가 쉬 걷어내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클라이언트들과의 매일 같은 기싸움과 책임감은 무시하고서라도 우선은 돈이 우선시 되는 회사 운영. 중소기업 사무소에서 흔한 일상이었고 어떤 이는 그것이 일상으로 당연하게 생각되어져 귀로 듣고 귀로 흘려버리면 공기 중으로 퍼져 사라져 버리는 그냥 연기따위 같은 것이라고 무시해버리고 무던하게 삶의 도돌이표를 살아가는 이도 있었으나 나에겐 그러한 일상이 빼곡히 글로 적히고 적혀 책이 되어 매일 한 권씩 내 가슴 속방에 아무렇게나 던져지고 던져져 나중엔 수백, 수천 권이 켜켜이 쌓여버린 상태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