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직원들과 웃기도 신경전을 벌이기도 무심하게 내뱉는 말을 주고받기도 하며 인생의 1/3을 넘도록 매일 같이 평균 10시간을 넘도록 지나오며 때론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도, 아주 가끔은 기쁘기도(시간으로 친다면 기쁨의 시간은 10년간 1시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했습니다. 연차 없는 회사에서 지내느라 힘들었고 여름휴가를 일주일 간다고 눈치 보는 그런 회사였지만 그래도 감사했습니다.” 그간의 지내온 시간에 비한다면 이러한 글조차 아무 감흥 없이 너무나도 짧다 느끼지만 이러한 감정적인 표현의 글보다 사회생활에서의 문서라는 종이는 사무적인 글 한두 줄이면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한 사람의 삶을 끝맺을 수 있는 단순한 구조였다.
'상기 본인은 개인 사유로 사직하고자 이에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지나온 시간은 10년이지만 흘러온 시간에 대한 마침표는 단 한 줄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런 상투적인 단 한 줄의 글과 함께 대체자를 구하기 위한 한 달의 유예기간만 지난다면 완전한 끝맺음이 되는 것이었다.
젊음이라는 붓으로, 그림을 그려 다 채우기엔 광막할 것만 같았던 나의 20,30대라는 흰 종이의 한쪽면을 때론 아둥거리며, 때론 바둥거리며 다행스럽게도 나름의 호흡으로그려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그림의 자리를 위해 이전의 그림 위엔 개인 사유라는 직인을 찍고 그 청초롱 하던 시간들이 마치 순백하고 순수했던 시간을 의미하듯 반듯하게 반으로 접어 새하얀 봉투에 넣은 뒤 조금은 이전의 그림들이 가슴 시려할까봐 안타까워 가슴속 주머니에 넣어 따듯하게 덥혀 낸뒤,마침표라 칭할 종이봉투를 타인의 손에 쥐어 주며 그렇게 내 인생 한편에서 웃음, 눈물, 회한, 기쁨, 후회라는 물감들로 그린 그림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순간 후회하지 않을 결정이라며 다짐하고 다짐했건만 내 가슴 한켠이 서러웠는지 아니면 앞으로 삶은 곧은 시선으로 바라보기엔 힘겨울 수도 있다며 부로 가리려 하는것인지 시선이 부옇게 뭉개져 보이기 시작했고, 곧 기분과는 너무나 다른 따듯한 것이 흐르기 시작했다. 가슴은 말라버린거 처럼 쩍쩍 갈라져버렸는데 눈은 측은하게 젖어버려우스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