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마음의 단칸방(4)

3. 햇살의 손길

by 신이안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의 첫 번째 그림을 마무리한 뒤 마음의 고됨이라는 것에서 벗어나려고만 했지 그 뒤의 새로운 그림의 밑그림을 아주 약간이라도 해놓은 것이 없었다. 쇳소리 내며 가쁜 숨 내뱉으며 하루하루 버티기도 벅찼던 때이기에 당장 한걸음 내딛는 발 앞도 생각 못했는 것은 어쩜 당연했을 수도 있다. 완전한 어둠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채색의 진회색의 공간에 서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나를 잠식했던 마음의 병이라는 조각들이 가슴 깊이 남아 있었어서였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라 할 생각도 딱히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위를 감싸던 어둠이 흩어져 사라지고 아침이 살며시 다가온 첫날, 창가로 스며들듯 불어오던 9월 날의 나의 방안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보단 어둠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었는지 진회색의 공간처럼 느껴졌지만 어둠기 보단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것 단 하나의 변화만으로도 됐다. 더 이상 온연한 어둠 속에서 발버둥 치는 것만 아니였도 아주 조금은 나아졌다는 얘기일 테니까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단지 이 휴식이라는 마음의 치료를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조금은 즐기는 것이었다. 그게 쉽지 않은 상태이기에 이것 또한 노력이라는 것이 곁들여져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지만 말이다.

마음속에 부유하던 수많은 먼지들을 가라 앉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음속의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멈춰 세운채 그날 아침 약간의 시간 동안 그저 그 시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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