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에서의 생활

#코로나 4

by 햇님


#하루 일과

07:30경 아침 식사 예고 방송이 나온다. 방송 후 20~30분 뒤면 방문 앞에 식사가 놓였다는 안내 방송을 해준다. 나는 보통 방송이 나오기 전부터 깨어 있어서 바로 도시락을 방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지만, 다른 방들은 문을 여닫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10:00에는 방 안에 준비된 측정도구로 체온과 혈압, 산소포화도를 재서 어플에 입력한다. 그러면 한 시간 이내로 문진 전화가 온다.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시는데, 측정된 수치에 큰 이상이 없거나 특별한 이상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전화가 빨리 오지는 않는다.

방 안에 준비되어 있던 소독제, 소독티슈, 각종 측정도구들

입소 후 초반에는 설사와 두통 증상 때문에 어플에 측정값을 입력하면 금방 전화가 왔었으나, 증상이 호전된 후에는 전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남편이 병원으로 이송된 후에는 남편의 안부도 물어보시고, 홀로 남아 남편을 걱정하고 있을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12:30경 점심 식사가 제공된다. 이때에는 택배로 주문한 물품이나 의료용 폐기물을 담는 상자와 봉투 등이 함께 문 앞에 놓여있다.

아침에는 꼭 커피를 마시며 잠을 깨는 습관이 있어서 배민 B마트를 통해 팩에 담긴 커피를 구매하여 받기도 했다. 방 안에 작은 냉장고가 있어서 매일 아침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헤어드라이어는 반입이 불가하여 받지 못했다.)


13:30은 폐기물을 방문 앞에 배출하는 시간이다. 제공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모든 폐기물을 담고, 2차로 상자 안에 넣어서 청테이프로 밀봉을 한다. 확진자에 접촉되었던 모든 것이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으므로 일체 의료용 폐기물로 분류되는 것 같았다.

남편과 둘일 때는 좌측, 혼자일 때는 우측 사이즈 상자가 제공되었다.


16:00에도 어플에 체온과 혈압, 산소포화도를 입력한다. 그리고 문진 전화가 온다.

약은 식사시간에 도시락과 함께 올라오기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이때 말씀드리는 것이 좋다. 물론 문진 시간 외에도 실시간으로 전화를 드릴 수 있으나, 저녁 식사시간 이후에는 약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방 안에는 입소했을 때부터 비상약으로 해열제가 준비되어 있기는 했다.


18:00경은 저녁 식사시간이다. 도시락은 인근 시장에 있는 식당에서 배달된 것이다(우연히 서울시 중구 구청장님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되었다.). 매번 고기반찬과 따뜻한 국물이 나오고, 과일이나 음료도 함께 온다. 미각과 후각이 상실된 탓에 입맛이 없어 많이 먹을 수 없었지만, 식욕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불고기와 제육볶음이 자주 나와 ‘불제불제’ 식단이라 불렀다.


#기타 생활


1. 심리지원 서비스가 있다.

입소 후 정신건강 자가검진을 모바일로 하도록 링크를 보내준다. 자가검진을 한 후 생활치료센터 내 심리지원반에 있는 심리상담 선생님께 전화가 온다.

나는 입소 후 초반에는 남편에 대한 걱정과 코로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브레인 포그 현상 등으로 수험생활에 악영향을 끼칠까 두려웠다)로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틀에 한 번 정도 심리상담을 받았다.

첫 상담에서는 남편 걱정에 거의 대성통곡을 하면서 통화를 했는데, 선생님께서 내 마음을 공감해주시고 앞으로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현실적으로 조언을 해주셔서 마음을 다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수험생으로서 조급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꼭 휴식을 취할 것을 당부하셨다(하지만 난 하루 종일 화장대에 앉아 공부를 하였다. 미열과 어지럼증, 두통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남편 걱정에 눈물이 날 때에도 자리를 지켰다.)


2. 지원팀이 생활 전반에 도움을 준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생활하면서 문의사항이 있거나(반입 가능 물품 확인 등) 필요한 생필품이 있으면 전화를 했다. 식사시간에 도시락을 가지고 오려고 방문을 열면서 옆방 문 앞을 슬쩍 보면 택배가 산처럼 쌓여 있는 방도 있었다. 택배 물품을 검수하고 올려 보내 주는 것도 지원팀에서 하시는 일이다.

전화 문의도 많고 바쁘신 와중에도 항상 많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컨디션은 괜찮은지 따뜻하게 안부를 물어주셔서 감사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지원팀에도 커피 한 박스를 보내드리기도 했다.


3. 퇴소는 양성 통보일로부터 10일 후부터 가능하다.

퇴소 예정일 3일 정도 전부터는 큰 이상 증상이 없어야 한다. 나는 다행히 설사나 열 등의 증상이 호전되어 10일 후 바로 퇴소할 수 있었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며칠 더 머물러야 한다고 하였다.

별도의 코로나 검사는 시행하지 않는다. 이미 죽은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해도 체내에 남아있고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퇴소 후 상당기간이 지나도 계속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보는 기간은 대개 코로나 증상이 발현되기 이틀 전부터 2주가량으로 본다. 그래서 역학조사도 증상 발현 이틀 전부터 실시하고, 밀접접촉자들은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한다.


4. 퇴소 시 안에서 사용한 모든 물품은 폐기가 원칙이고, 핸드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는 소독 티슈로 닦은 후 가지고 나갈 수 있다. 생활하면서 입은 옷도 폐기하였고, 미리 밀봉하여 챙겨 온 옷을 퇴소할 때 입어야 한다.


5. 퇴소 후 2주 동안은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식사를 함께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하는 일 등을 조심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가까이 사는 시부모님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창 너머로 얼굴을 보며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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