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저기! 괜찮아요?”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6개월 째 살고 있지만 옆 방에 누가 있는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남자가 살고 있었나 보다.
나는 우는 목소리로 겨우 답했다.
“아니요. 정말 미안합니다. 엉엉. 조금만 더 봐주세요. 엉엉엉.”
“무슨 일 있어요?”
“아니에요. 너무, 너무...”
남자는 이후 별 말이 없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내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옆방 남자였다.
“왜..왜요.”
“저예요. 옆방 사는 사람.”
“죄송하다고 했잖아요. 왜 자꾸 그러세요. 5분만요, 딱 5분만.”
“그게 아니고 같이 나가요. 더 마음 편히 울게 해드릴게요.”
“네....?”
방문을 열었더니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상황에 맞지 않게 환하게 웃으면서.
그 모습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이 사람 미친놈일 수도 있겠다.'
“왜...왜요...”
“나가요.”
“왜요. 저 돈 없어요. 가난해요. 납치하셔도 가져가실..”
“알아요.”
“알아요?”
“저 벽이 생각보다 무지 얇거든요.”
남자가 내 방 벽을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가족과 통화를 할 때마다 제법 큰 소리를 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내 사정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부끄러웠다.
“내가 한 잔 살게요.”
“왜요?”
“음, 같은 고시원, 그것도 옆방에 사는 인연으로? 얼른, 옷 입고 나와요. 저는 밖에 있을 테니까.”
남자가 계단을 향해 걸어 가면서 말했다.
지금 나는 여유라는 것이 먼지 한 톨 만큼도 없는데
이 남자가 자꾸 방해를 했다.
그래도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무슨 배짱인지 남자에게 술 한 잔 얻어먹고 싶어졌다.
의자 위에 걸쳐놨던 검은색 파카를 입고 계단을 내려갔다.
남자는 담배를 피우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온 걸 확인한 후 담배를 끄고 앞장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