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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Jan 27. 2022

아들 엄마 올 때까지 이거 먹고 있어

겨울비가 내리는 수요일, 아이를 학원에 내려주고 간식거리를 사러 호떡집에 들렀다. 길가에 있는 작은 호떡집.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임산부 공짜, 소방관 공짜‘


호떡을 3개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호떡 아저씨가 물었다.


“밖에 아기예요?"

“아, 아니에요. (제 아들 아니에요)”


아저씨는 밖으로 나가 아이에게 “너 호떡 먹을래?”물었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했던 나는 물었다.


“호떡 먹는데요?”

“먹는다 안 먹는다 말을 안 하네요. 돈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무슨 용기가 났는지 나도 밖으로 나가 물었다.


“아줌마가 사 줄 테니까 호떡 먹을래?”

“괜찮아요."

“안 먹는 다네요. 제가 하나사주려고 했는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저씨는 말했다.


“벌써 만들고 있어요."


자글자글 끓는 기름 판에는 호떡이 4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고는 다 구워진 호떡을 종이컵에 담아 아저씨는 능숙하게 아이에게 건넸다.


“아들, 엄마 올 때까지 이거 먹고 있어”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호떡을 건네는 아저씨의 마음은 기름에 막 튀겨진 호떡처럼 뜨거웠다. 주문한 호떡을 받아들고 돌아서는데 아이가 수줍게 안으로 들어가 아저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듯했다. 입천장이 데일 것 같은 이 뜨거운 감동에 호떡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아 내가 사줄걸....... 뒤돌아서는 아쉬움에 나는 핸드폰을 열고 호떡 아저씨에게 아이의 호떡 가격을 입금하며 메시지를 남겼다. 호떡 아저씨, 감사합니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세상은 살아갈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를 피하는 아이에게 호떡을 건네고 생명을 잉태한 예비엄마에게 응원을,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아저씨. 아저씨의 호떡은 가라앉은 나의 마음을 지글지글 끓어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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