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 없이 살기로 선택한 딩크족의 인터뷰 에세이 (최지은)

by 로지




결혼을 하고 난 뒤 짧은 한때는 나 역시도 (아이를 낳지 않길 선택한) 딩크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워낙에 어린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고,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나는 희생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고, 연애 때부터 4인 가족을 꿈꿨던 남편에게 가볍게 이런 이야기를 던지면 그저 웃기만 했다. 물론 농담인 줄 알고 그랬겠지? (사실 나 좀 진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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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만큼이나 내가 무엇이 될 수 없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한 법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의 선택으로 지금은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주변에 선택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은 결혼한 부부를 보며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어졌다. 아이를 낳은 것을 나 역시 후회를 하진 않지만, 때로 휘몰아치는 육아가 버거울 때가 제법 많고 자유로운 삶이 그리울 때도 있으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기로 한 내 결정과 달리, 아이를 선택하지 않기로 한 여성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궁금했었고, 그들의 소리에 공감도 꽤 많이 되었다. 딩크 여성 18명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공감하는 시간은 값졌다.


아이를 낳아보니 세상이 달라요, 너무 좋아요, 꼭 낳으세요! 난 이렇게 딩크족에게 외칠 생각이 없기에 (그들의 선택을 매우 존중하니깐) 솔직한 그들의 심정과 현실적인 고민 부분이 도움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가는 길은 매우 평범하지만, 이를 선택하지 않는 이들에겐 끊임없이 비난이 쏟아진다. 딩크의 선택은 우리 세대보단 위 (부모) 세대에게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는 이 세계의 자유를 선택하면서 저 세계로 향하는 문을 닫았다. 내가 속한 이야기가 너무 적어 쓸쓸하다면, 내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수밖에.




그리고 이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 여성이 주가 되는 이야기를 읽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런 류의 책을 남성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도 궁금해졌다. 이 생각의 확장은 내가 어떤 남성 성을 띄는 책을 볼 때 반대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까지 이어졌다. 독서기록 어플로 이용 중인 '북플립'에서 보면 주로 에세이류의 독자는 여성들이라 내가 생각하는 책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지만, 꼭 읽어보고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겠지만, 나는 딩크를 택한 그들의 선택을 깊이 존중한다.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 혹은 옳은 것이 아님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삶의 방향들에 대해서 편협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나와는 다른 길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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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지은

출판 : 한겨레출판사

발행 : 2020.06.15.


목차.

프롤로그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

1. 아이 없이 살기, 모두 100% 확신해서 결정했을까? : 내 마음과 모성 서사에 관한 토크

2. 출산은 내가 하는데, 왜 비출산은 모두와 합의해야 할까? : 배우자, 부모, 친구들과의 관계와 '엄마 됨'에 대한 토크

3. 한국에서 엄마가 되어도 괜찮을까? : 무자녀 여성의 커리어, 구직, 사회 구조에 대한 토크

에필로그

P.296







"결혼은 강화도 조약이에요. 사방에서 다 쳐들어와요."


아이와 한 시간만 같이 있어도 지쳐서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집에 빨리 가고 싶다고 되뇌며, 그 웃음을 짓는 동력조차 이것이 매일 반복되는 나의 일상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인데도, 사실 그 안에 내가 모르는 엄청난 행복의 비밀이 숨어 있는 건가? 그러니까 언니가 굳이, 하필 나 같은 사람한테까지 권하는 거겠지? 만약 세상 사람 거의 다 누리는 그 놀라운 경험을 나만 놓치고 있는 거면 어떡하지? 생각과 불안이 꼬리를 물었다.


부부가 협의를 해서 확실한 딩크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정말 사방이 적이라고. 부모님 친척들 친구들 회사 사람들까지도 모두. 그런데 정작 가장 힘든 것은 그런 수많은 적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갈등하게 되는 마음인 것 같다.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그 경험을 나만 놓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을 말하는 저자가 왜 인지 나는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경상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제법 깨인 사람이라고 불리는 우리 엄마조차도 가끔 내 친구들의 안부를 물으며 "그 친구는 결혼 생각이 없대?"라고 묻기도 하니깐.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 생각과는 반대로 무의식 중에 잘못 말하지 않았을까. 혹여나 걱정의 마음이 상처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지.




아이 없는 사람이 외로울 때가 있듯, 사람은 아이가 있어서 외로울 때도 있다는 것을. 각자의 삶에는 각기 다른 무게와 괴로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관계를 이어가게 한다. 그리고 그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른다.


가끔씩 타인의 행동이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땐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생각한다. 각자의 삶에는 서로 다른 무게와 괴로움이 있을 거라고.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깊이 알 수 없다.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해하려 노력하는 마음. 그 마음을 깊이 새기다 보면 어느새 성숙해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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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을 침해하지 않음에도, 다수가 택하지 않은 삶의 방식을 택한 사람들은 쉽게 미움의 표적이 되고 그들의 선택은 끊임없이 의심과 간섭을 받으며 그 선택의 가치는 폄하된다.


소외.라고 정의하긴 어렵지만 비슷한 표적이 되는 사람들. 내가 선택한 가치가 폄하되는 세상은 얼마나 더 외로울까. 평범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적어도 내가 가진 것만이 평범하고 우월하다 생각하지 말 것. 조금만 더 따스한 시선으로 이타심을 가질 것. 어렵지만 노력하고 또 생각할 것.



나 역시 매일 마음속 혐오와 싸우고 자주 지는 사람으로서 고백하자면, 혐오는 쉽다. 어려운 것은 이해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고, 한 번 '이해'했다고 해서 마냥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쉽게 일어나는 분노를 가라앉혀야 하고, 이 사회 안에서 내가 가진 권력은 무엇인지 돌아보며 어떤 지점을 넘지 않기 위해 계속 버티는 수밖에 없다.


혐오는 쉽고, 이해는 어렵다. 사람들은 쉬운 것을 더욱 많이 행하고, 어려운 것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 한다. 정면 돌파하기 어려운 이해는 조금 돌아가도 된다. 혹은 한 발자국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 그들과 꼭 같은 마음이 되어 어루만져 주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이해의 방식으로 나와의 다름을 더 넓게 받아들일 수 있길.







BOOKMARK


- 나는 내 인생을 그렇게까지 침범하고 흔들어놓을 타인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동시에 조금 불안해진다. 아이를 낳기 전에 나 같았던 사람들도 마음이 바뀌었겠지? 그들의 세계는 더 확장되고 풍성 해졌겠지? 그리고 다음 순간 다시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아니야.


-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은 정말 외로운 결정이다. 외로움에 둔감한 편인 나조차 깜짝 놀랄 만큼 때때로 외로웠다. 배우자와 상의할 수는 있지만 마지막 결정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 입시와 취업과 결혼 같은 큰 산을 넘었는데도 앞으로의 인생을 크게 좌우할 선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너무 무거운 숙제 같았다. 마감 기한이 점점 다가오는 것도, 이 숙제를 해본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도 외로움의 요인이었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시간이 흐르며 유족을 비난하는 말들에 상처받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의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나는 한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데 꼭 같은 경험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이 사람의 아이인지, 동물의 아이인지, 혹은 내 아이인지 남의 아이인지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이해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내가 이 존재를 사랑하기에 다른 이가 사랑하는 또 다른 존재 역시 소중히 여길 수 있음을, 한나는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 자신이 '정상'이고 평범'하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서 남에게 상처 주는데 앞장서는 이들이 누군가의 부모라는 사실도 안타까웠다.


- 어리다고 해서 욕망이 없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어리기 때문에 욕망을 조절하거나 표현하는 데 서투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린이가 어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모두가 똑같이 생산하고 똑같이 돌려받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선택한 생활 방식에 대한 재정 책임은 자신이 져야 마땅하다"라는 말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선택의 조건이 제공되지 않는 현실과 아이라는 예측 불가한 존재의 특성을 간과한다. 물론 나도 사람들이 '선택'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하기를 바라지만, 일단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나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의 책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내는 세금이 남의 집 아이의 교육과 성장에 쓰이는 것이 아깝지 않고, 이번 생에 내 주택청약 순위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괜찮다. 물론 혹시 모르니까 청약 계좌는 해지하지 않을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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