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에세이 (권남희)
나는 커피 러버보단 카페 러버다. 카페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
적당한 소음이 있지만 홀로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집에서는 한없이 늘어지고, 다른 할 일들이 눈에 보여서 한눈팔기 쉽지만 카페에선 적당한 시선들이 존재하기에 오로지 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래서 가장 좋은 건 카페에서 글쓰기와 책 읽기.
작가님이 책에서 언급한 이유와 비슷하지만, 커피 혹은 음료 한 잔을 시키고 2~3시간 전후의 노트북 작업을 하기엔 스타벅스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 개인 카페 혹은 작은 카페보다는 적당히 큰 공간감이 있고, 노트북 좌석도 넉넉히 있고.
그래서 오늘도 스타벅스에서 작성하는 권남희 작가님의 「스타벅스 일기」 리뷰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도 자유, 수다 떠는 것도 자유. 누구도 잘못한 건 없다. 도서관도 아닌데 공부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을 배려할 필요도 없다. 이 언니들처럼 떠들고 싶은 사람은 떠들고, 저 학생처럼 시끄러우면 가면 된다.
카페에서의 자유를 선언하는 작가님의 책은 스타벅스에서 작업하며 겪고, 느낀 감정들이 가득 담긴 가벼우면서도 잔잔한 에세이다. 일본어 번역으로 아주 유명한 권남희 작가님이시지만, 특유의 감각이 가득 담긴 에세이도 여러 세대에게 사랑받는 작가님 이시다.
작가님은 50대이시지만 밝고 사랑스러움까지 함께인 책을 참 재밌게도 읽어서, 나도 스타벅스에서!
발간하셨을 때 작가님이 더욱 의미 있을 법한 장소인 스타벅스에서 북토크도 하셨었다. 좋아하는 작가 메이(이혜림)님도 이 북토크에 참여해 본 뒤, 북토크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셨다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작가를 만날 수 있는 북토크는 뭐랄까 팬미팅? 같은 느낌도 가득해 나도 그 분위기를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런 기회를 많이 가져보겠다 다짐도.
저자 : 권남희
출판 : 한겨레출판사
발행 : 2023.11.30.
목차.
프롤로그.
1부 겨울
2부 봄
3부 여름
4부 가을
에필로그.
P.288
부처님은 혀가 몸속의 도끼라고 했다. 도끼를 잘 간수하지 않으면 제 몸을 찍는다고 했다. 나도 그 도끼로 내 몸을 찍은 적이 많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볼 때 가장 후회되는 점은 인생을 좌지우지할 선택의 순간들이 아니라,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다.
언젠가부터 잘못 내뱉은 말에 '아차'하는 순간이 늘어나면서 말을 아끼게 되었다. 하고 후회할 말이라면, 말을 아끼는 편이 훨씬 좋다는 걸 작가님처럼 많이도 겪고 나서야 깨달은 것 같다. 크고 작은 선택들에는 그렇게 마음을 쓰면서, 말을 하면서는 왜 마음을 더 많이 쓰지 못했던 걸까. 내뱉기 쉬워서 좋은 만큼 나쁜 일도 많이 선사하는 가벼운 말, 언제나 늘 조심 또 조심하자.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더욱!
사람들은 몸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자기 자신이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보지 못할 때가 많다. 누군가 나를 평가하면 '너는 역시 나를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가 보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일 수도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고, 나는 보고 싶은 나만 보며 살아가니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나 역시 되고 싶고 보고 싶은 나만 볼 때가 많다. 가까운 이가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나도 괜히 '당신은 아직 날 모르는군요' 라 생각하며 본질의 나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고는 뒤돌아서 다시 생각해 보다가 '그게 진짜 나인가?'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몰랐던 혹은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숨겨진 나를 발견할 때마다 놀라곤 하지만, 그 모습까지도 잘 받아들여 보기로. 그래서 더 유연한 사람이 되어가기로 다짐한다.
아무도 읽은 흔적이 없는 <혼자여서 좋은 직업>과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를 대출했다. 기기에 올려놓자마자 대출 등록 끝. 책 뒤의 대출 카드에 이름 쓰던 시절에 상상도 못 한 기계다. 사서 선생님이 작가와 대출자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알 일도 없다. 이렇게 간편 대출기 세대들은 영화 <러브레터>에 나오는 대출 카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요즘은 어느 도서관이든 대출기기를 이용해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게 되어 있다. 예약 도서 혹은 타 도서관 자료를 빌릴 때가 아니고서는 도서관 사서님과 말 한마디 나눌 일도 없다는 사실. 그래서 작가님이 말하는 이야기에 더 정감이 간다. 나도 책 뒤의 대출 카드에 이름 쓰던 시절부터 도서관을 다녔기 때문에 그 아날로그 감성이 갑자기 그리워도 졌다.
내가 쓴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기분은 어떨까.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서 손때가 많이 묻은 사용감이 매우 많은 책을 만나고 싶지 않을까? 아무도 읽은 흔적이 없는 책이라면 조금 슬플 것 같아.
그럼에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작가님의 마음이 더 마음에 들었던 구절.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 사태는 이런 물질적 보상과 대표이사가 사임하는 등 대대적인 사과로 마무리됐다. 일련의 과정을 쭉 지켜보며 생각했다. 사과란 "요만큼 하면 되겠지”가 아니라 상대방이 "뭘 그렇게까지"라고 말할 정도로 해야 제대로 하는 거구나. 그러려면 역시 돈이 많이 드는구나.
나는 스벅에서 별은 열심히 모으지만, 프리퀀시 이벤트에는 큰 감흥이 주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이벤트 초장기에 시즌 음료 사 먹고는 당근에 파는 성과를 내기도 한다 흐흐. 서머 캐리백 사태는 워낙에 유명했었고, 보상이 어마어마한 것을 보고 참여를 안 한 게 조금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신세계에서 스벅의 지분율을 높이며 과거의 스타벅스와 많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나는 서머 캐리백 사태를 보고 작가님처럼 생각을 했었다. 사과는 큰돈을 들여서 '뭘 그렇게까지'라고 해야만 받는 사람들도 제대로 사과를 받은 기분일 거라고. 역시 돈 많은 게 최고인가
사과해야 할 일은 온 마음을 다해서, 그리고 대단한 물질적인 보상까지 함께 해야 함을 다시금 느낀다.
- 상사가 그만두려는 사람을 붙잡는 경우, 98퍼센트 자기를 위해서지 상대방을 위해서는 아니다. 한 번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을 때 그만두는 게 정답이다. 욱해서 던지는 사표가 아니라 심사숙고한 것이라면.
- 중고등학생 기말고사가 끝난 모양이다. 발랄한 고등학생 네 명이 앞 테이블에서 놀고 있다. 저 나이 때 아이들은 친구들과 있을 때는 저렇게 높은 데시벨로 밝게 떠들다가 집에 가면 어둠의 자식처럼 입을 다문다. 그래서 학생들 떠드는 소리는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 밝은 세상에 있는 타임이구나' 생각한다.
-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세상에 너그러워지고 관대해지고 살아오면서 잘못한 점을 후회하고 반성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고집, 그 가치관 그대로 화석이 되어간다.
- 그는 전화를 받더니 몇 마디 나누지 않고 끊으면서 이렇게 투덜거렸다. "우울증이 심한 놈이어서 내가 연락을 피하는데 잘못 받았네." 소외당하는 사람도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있었다. 누군가가 우울증으로 자살하면 '그렇게 힘들면 나한테 말을 하지'라고 지인들은 SNS에서 애도하지만, 힘들 때 연락하면 저렇게 귀찮아하는 게 사람이다.
- 자료 도서를 빌리러 간 길에 에세이 코너를 둘러보았다. 제목들이 대동소이하다. '너는 괜찮아' '너는 훌륭해' '하기 싫으면 하지 마''네가 제일 소중해' 위로하고 또 위로하여 위로받다가 멀미 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위로가 많이 필요한 세상 이어서겠지. 위로에는 책 보다 고기와 돈이 직방이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