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리틀포레스트에 산다

미니멀리스트의 텃밭 에세이 (이혜림)

by 로지


참 좋아하는 미니멀리스트 메이님의 책. 그간 블로그를 통해서 텃밭 이야기를 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큰 사랑이 텃밭에 담겨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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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가물던 날씨부터 매일같이 쏟아지던 비, 산들바람과 따사로운 햇살까지. 자연의 순리대로 계절과 농부의 노력과 애정을 먹고 자란 감자 한 알을 먹는다는 건, 그 숱한 시간을 음미하는 것과 같았다.




농사를 짓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곁에 가까이 지내며, 나에겐 농사란 세상에서 가장 고된 일처럼 느껴졌다. 농약을 치는 할아버지를 따라 밭에 가면,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수 시간을 온몸으로 땀을 흘리는 농부를 만날 수 있다. 그 뜨거운 태양이 너무나 당연하듯 묵묵히 밭일을 하는 할머니가 캐내어 주는 감자 한 알은 깊은 시간이 스며든 귀한 농작물이었다.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음식물을 귀하게 여겼다. 그 어떤 식재료도 쉽게 내 밥상 위에 오를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정말 힘든 노동임을 알기에 나는 밭을 가꾸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텃밭을 유난히 사랑하고 노력하는 메이(이혜림)님의 글들을 보며 나 역시 그 밭들과 멀리 있지 않음을 느꼈다. 내가 직접 시간과 품을 들여서 가꾸진 않지만, 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땀 흘리며 기른 농작물을 매일매일 먹으며 함께 하고 있었음을.


아마도 먼 훗날엔, 지금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을지도 모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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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혜림

출판 : 라곰

발행 : 2024.04.05.


목차.

프롤로그. my little for rest

1장. 울적한 날엔, 나만의 작은 숲으로

2장.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3장. 서툴러도 스스로 서고 싶어

4장. 소소한 기쁨을 찾는 나날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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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모든 선택과 행동, 내가 보내는 시간이 내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느냐 아니냐로 가치가 정해진다면 그건 많이 슬프지 않을까.


돈을 아끼고 또 아끼던 시절, 아마도 지금의 나보단 경제적 가치만을 더욱 계산하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나 처음 도전하는 많은 것들이 그렇지 않을까. 무엇이든 숫자로만 계산이 된다면 세상엔 하지 못할 일들이 훨씬 많다. 세상을 경험하며 살아가면서, 내가 추구하는 어떤 방향의 가치를 찾아가는 선택과 행동 그리고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아무리 많은 조언을 들어도, 내 시간을 들여 직접 경험하느니만 못한 것이 꼭 우리 인생 같다.


텃밭 농사가 인생 같다고 말하는 작가님. 문득 여행을 이야기하다 여행이 인생 같다고 느끼는 나. 그렇게 인생은 참 많은 걸 품고 있구나.

새로운 것을 겪고 느끼며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이 부분이다. 누군가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줘도, 결국은 나 스스로 경험하고 나야만 확실히 알게 되는 것. 그렇게 크고 작은 다양한 경험이 쌓이는 인생이 결국은 좋을 수밖에 없는 거겠지? 그러니 힘들 일에 더 단단해 지자. 나를 쌓아 올리는 그런 하루하루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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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은 언제나 기대를 낳고, 기대에는 실망이 짝꿍처럼 함께 오곤 한다. 이만큼 많이 심었으니까 이만큼 많이 수확할 거야! 반드시 그래야만 해! 자연이 내게 빚진 건 하나도 없는데, 나는 마치 자연에게 내가 해준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듯 굴었다.


집착하지 말아야지. 기대하지 말아야지. 때론 다짐일 뿐인 이 말들이 날 힘들게 하곤 한다. 작가님 말처럼, 자연이 내게 빚진 건 하나도 없는데 나는 내가 한 만큼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듯 구는 아이 같은 마음이 들 때가 꽤나 많다.


아무것도 돌려받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육아 역시 내가 불같이 화가 나는 포인트들이 이런 류였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깊은 마음속에 숨어 있던 이기심.

조금만 더 느긋해 지자, 그럼 훨씬 나아질 거야.





무용한 것들 사이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의미와 기쁨, 그리고 일상 속 소소한 이벤트를 잘 찾아내고 발견하는 사람들이 더 자주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다.


그래서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주 행복하다 느끼게 된다. 별거 아닌 것에 기뻐하고 재밌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이 느껴진다랄까. 때론 조금은 아이 같을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그 때타지 않은 순수함이 필요한 순간이 살면서 점점 더 줄어들 테니 일부로라도 어린 마음을 가지려는 노력을 해 볼 것.





BOOKMARK



- 뭐랄까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상상으로만 꿈꾸던 '귀촌과 시골살이'라는 프레임 속에 살짝이나마 받을 담가본 날이었다. 그 어떤 어른보다 심지가 단단하고 마인드가 당당해 보이는 '츤데레' 농장 사장님이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내게는 여운이 오래 남는 인생 명언이 되는 것도 참 귀한 경험이다. 이 모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값으로는 따질 수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돈을 번 건 아니니 0원이겠지. 그러나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것이니 아주 비싼 것이기도 하다.


- 오늘의 리틀 포레스트는 점점 더 내 손으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시간의 가치와 저울질하려는 이상한 마음을 모두 내 속에서 밀어버리고 소박한 한 끼라도 정성을 들여 만들어 먹자고 다짐했다. 요리는, 집밥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비춰주는 거울이니까.


- 미니멀이 이렇게나 무섭다. 모든 것이 간결하게 정리되고 나면 내게 필요한 것, 불필요한 것이 머릿속에 명확하게 나열되면서 삶의 궤도 자체가 완전히 변해버린다.


- 조건부적 삶을 살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조건이 있어야만 충족되는 삶은 그 조건이 사라지면 너무나도 무력해진다. 전기에 의존하고 살던 삶에서 전기가 사라지면 나는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처럼.


- 이따가, 다음에, 나중에, 이것만 끝나면 등등 갖가지 이유로 곧잘 미워지곤 하던 사소한 일상들. 돌아보면 평범한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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