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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Mar 13. 2024

눈이 마주쳤을 땐 추파?츕스!

본전 생각



요즘 나는 일주일에 딱 두 번! 

남편 것과 내 것 두 개씩 도시락을 싸는, 조금 늦게 배운 즐거움과 

점심 후 완연한 봄볕을 즐기는 짧은 산책의 충만함과 

그 어떤 부담도 압박감도 없는 단순한 업무의 자유로움을 

오롯이 즐기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온전한 평화를 만끽하는 길임을 몸소 깨닫고

하루하루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평화로움이 가능한 까닭은 

내가 이곳에서 바라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발견했다.

쉽게 말해 본전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 

이곳에서의 일도 관계도 월급도 모두 덤이라 생각하니 모든 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물론 보조 인력인 나에게 그 누구도 그 이상을 바라거나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른 한 편으로는 서로 얽히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얽매여 있으나 깊이 얽히지 않은, 여백을 남겨두는 머무름이다.


나는 지금 이대로가 딱 좋다. 칡넝쿨처럼 얽히다 못해 엉켜서 풀지도 못하고 맺히는 관계를 이제는 별로 바라지 않는다. 나는 예상보다 더 많이 지쳐있었나 보다. 이곳에서의 머무름이 내게는 오히려 평화이고 휴식처럼 다가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지금은 그냥 순수하게 이대로 좀 더 있고 싶다. 더는 깊어지지 않고.





그러나 또한 나는 알고 있다. 서로 얽히고설켜서 지탱해 주는 덕분에 또 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사실도.

내가 바라보는 그들은 바로 그런 모습이다. 조금이라도 늦게 받으면 다른 동료에게 부담이 될까 울리는 벨소리보다도 더 빠른 손놀림으로 전화를 당겨 받고, 누군가 손에 상처가 났다고 하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들 서랍을 열어 연고며 밴드며 자신들이 가진 것을 꺼내 들고 모여든다.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서로에게 유머를 건네며 긍정과 웃음을 잃지 않는 휴머니즘을 상기시켜 준다. 옆에서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힘을 얻는 듯 든든하고 흐뭇하다. 


늦은 오후 나른하고 졸음이 몰려올 즈음 옆팀 팀장님께서 서류를 건네러 왔다가 일부러 팀원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혹시 사탕 하나 없느냐며 물으신다. "사탕!" 소리를 듣는 그 순간 나는 귀가 쫑긋 토끼 귀가 되고 안 그래도 큰 두 눈은 더 동그랗게 토끼 눈을 하고 그 팀장님과 눈 맞춤을 하며 역시나 헤픈 웃음을 지었다. 본의 아니게 추파를 던진?


"어, 쌤과 눈 마주쳤어요."


"팀장님, 저 사탕 있어요!"


나는 주머니에서 얼른 막대사탕을 꺼내어 빛의 속도로 건넨다. 


"편의점에서 마침 투 플러스 원 행사 하더라고요. 곧 화이트 데이잖아요."


순간 팀장님이 웃음이 빵! 터지셨다. 배꼽을 잡고 정말로 한참을 웃으신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존재하는 내가 지나가는 자신의 말 한마디에 정말로 사탕을 꺼내 놓으니 너무나 반갑고 즐거우셨나 보다. 나는 사탕보다도 누군가를 한 번쯤 한 순간 진심으로 마음속까지 웃을 수 있게 해 준 오늘이어서 더 달콤하고 향긋하다.


이제는 상비약이 아니라 상비당(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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