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저녁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다.
문득 내 뒷통수를 향해 질문이 날아든다.
"갑자기?!"
말로는 글로는 뭘 못해?
잔대가리 굴리지 말라고!
뼈를 때린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천지다.
설거지나 마저 해야지.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우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중에서
한참 동안 찾았던 내 손톱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돼 버렸지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너무 멀리 갔죠
- 황가람 '나는 반딧불'중에서
손톱이 다 닳아서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이 될 만큼
그 정도는 해야
부끄럼이 좀 덜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