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차를 달려 책에 정말로진심이신 책방지기 한 분을 뵙고 왔다. 그분의 전직은 대통령이다.
설마 그분을 직접 뵐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그냥 책방 답사도 하고 가는 김에 편지와 선물을 전해 드리고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들른 길이었다.
길을 서두른 덕분에 아직 정오가 되지 않은 평일, 바로 그곳 <평산책방>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말로 직접 앞치마를 메고 책방을 지키고 계셨다. 특별한 일정이나 사전 약속이 없는 한 책방에 나와서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카운터에서 손님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찍어주신다고 한다.잊지 않고 손도 꼬옥 잡아주신다. 책을 사면 직접 농사지으신 농산물을 덤으로 챙겨주시는데 나는 그때 대파 모종을 받았다. 나는 인사를 나누며 손편지와 함께 내가 직접 만든 펜갈피를 선물로 드렸다. 농사도 지으시고 산에도 다니시니 가장 어울릴 만한 원단으로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물론내외분 같이 쓰실 수 있도록 두 개를 준비해 갔다. 책 읽으실 때 사용하시면 된다고 방법도 설명드렸다. 이 정도면 일기 써야 하는 날이다. 이날은 2023년 6월 9일이었다.
책방 안에는 책방지기의 기증도서로 채워진 작은 도서관을 품고 있다.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그곳에서만 살 수 있었던 <책 읽는 사람_문재인의 독서 노트>를 두 권 샀다. 한 권은 내가 갖고 나머지 한 권은 수원에서 책방을 하고 있는 벗에게 선물했다.지금은 곳곳의 동네책방들도 판매하는 곳이 있고 가장 최근에 새로 나온 책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서 직접 책친구들에게 좋은 책과 좋은 시를 꾸준히 추천해주고 계신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책방 옆 카페에서 시그니처 음료인 토리라떼를 마시며 남은 아쉬움을 달래 본다. 그래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바로 인근에 있는 통도사를 좀 더 거닐어도 좋다.
책은 부디 자신들이 살고 있는 그 지역의 동네책방에서 구매해 달라는 책방지기의 간곡한 당부가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래서 그대로 실천했다. 책방을 다녀온 후 내가 그곳에서 발견했던 책<슬픔의 방문>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사서 한동안 필사하며 읽었다.
역시나 그곳에서 만났던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는 아이들과 함께 꼭 한 번 읽고 싶다.이분이야말로 미스 럼피우스의 이야기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는 한 분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은퇴 후에는 꿈을 살고 싶다. 물론 지금부터 그 꿈을 실천하며 살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