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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화담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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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Jun 19. 2024

밥이 별로 보여

이정록 <흰 별>


시인은 그런 거구나


밥도 별로 보이고


밥 한 숟가락에 은하수를 삼키고


볍씨 한 톨 안에서 우주를 보는구나




이정록 <흰 별>


흰 별



                         이정록





​볍씨 한 톨 매만지다가

앞니 내밀어 껍질을 벗긴다



쌀 한 톨에도, 오돌토돌

솟구쳐 오른 산줄기가 있고

까끄라기 쪽으로 흘러간 강물이 있다



쌀이라는 흰 별이

산맥과 계곡을 갖기 전

뜨물, 그 혼돈의 나날

무성했던 천둥 번개며 개구리 소리들



문득 내 머리 속에

논배미라는 은하수와

이삭 별자리가 출렁인다



알 톡 찬 볍씨 하나가

밥이 되어 숟가락에 담길 때

별을 삼키는 것이다



밤하늘 별자리를

통째로 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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