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월드! 그 현장의 중심에 다녀왔다.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 택배 분류장 레일 주변을 따라 공업용 선풍기 일곱 개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처음에 분명 세 개라고 듣고 마음의 준비 없이 가볍게 따라나선 조수는 그 자리에서 결국 일곱 개를 모두 완성했다. 현장의 변수는 으레 있기 마련이다. - 입만 살아있는 구도사가 아니라고, 사진만 찍고 있지는 않다고 지금 생색내는 중이다. - 조수가 단순조립을 하는 동안 사수님은 더 고난도의 작업을 처리한다. 철판과 기둥에 타공작업이다.
아무래도 세 개쯤이 최선이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덥고 힘든 것은 물론이고 같은 걸 계속 반복하는 작업은 금세 지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여기서부터 사점을 갱신하는 과정이다. 하기 싫어도 꾹 참고 처음과 같은 집중력과 완성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지금 잠시 귀찮다고 작은 나사 하나라도 내가 허투루 대강 조인다면 언제 어떻게 안전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조인다. 사수에게 한번 더 점검도 받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 우리 자신은 아니까. 사소하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택배월드의 빙산의 일각!
작업하면서 자연스레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남의 일이 아니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불과 3년 전, 코로나가 아직 기승일 때 나의 사수 또한 일명 플랫폼 노동자로 잠시 근무한 적이 있다. 쿠팡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며 밤을 꼬박 새워 매일 최소 10시간씩 야간 근무를 했다. 3개월 정도 근무하는 동안 사수는 지게차로 드리프트까지 가능한 경지에 다다랐다. 지게차 운전 담당이면서 반품처리에 까대기까지 해야 했고, 제대로 된 쉼터나 휴식 시간도 없이 밖에서 내내 매연을 다 마시고 비를 다 맞으며 일했다.
인간의 존엄이라고는 없다. 언제든 쉽게 대체 가능한 소모품이자 부품처럼 취급당하는 느낌이었다. 결코 멈춰서는 안되는 멈출 수도 없는 공장시스템의 일부일 뿐 동료애나 연대도 찾아보기 어렵다. 근무환경이 그 지경이었던 것이다. 가계가 위기로 내몰리면 당장에 먹고살기 위해 알면서도 그 열악한 환경으로 다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전혀 나아지지 않은 그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당신 아니어도 된다고, 당신 없어도 일할 사람은 많다고. 어제의 그 ‘당신’이 오늘엔 내 가족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내려와요! 너무 멀어요! 내려와서 사다리 더 가까이 옮겨 두고 작업해요!”
조수가 사수에게 엄하게 소리친다.
천장에 매달린 전등을 고정하는 작업을 하는데 몸의 중심이 사다리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앞으로 숙이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한 눈 팔면 한 순간이다. 목숨을 앞에 두고 겨우 한 번 오르락내리락하는 번거로움을 귀찮다고 여기지 말지어다. 골참으로도 안 끝난다. 명이 절단난다. 사신死神은늘 우리 주변 가까이에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하자.
사다리 밑을 지키는 자, 서서 자는 경지에 이르다?(원래 사다리 위에는 이렇게 서면 안됩니다! 아주 안 좋은 예시!)
* 육참골단(肉斬骨斷) :
자신의 살(肉)을 베어 주고(斬), 상대방의 뼈(骨)를 자른다(斷)는 뜻. 즉, 작은 손실을 보는 대신에 큰 승리를 거둔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