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나무 여운 Sep 13. 2024

마흔넷의 딸이 마흔넷의 엄마에게

<명자꽃은 폭력에 지지 않는다>


어느덧 딸이 엄마의 나이가 되어 바라보니
지금 마흔넷 딸의 모습이
그때의 엄마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그 천진함이 똑 닮아 있습니다.

질경이처럼 질기지도 못하고
엉겅퀴처럼 억척스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냉이처럼 냉담할 줄도 모르는
마흔넷의 엄마는
열일곱 막내딸과 함께
거친 길바닥 어디라도 뿌리내리고
꽃을 피워냈습니다.
민들레처럼 세상 밝게 세상 천진하게


마흔넷의 딸은 마흔넷의 엄마처럼

길가에 핀 풀꽃을 보면서도 여전히

아휴 예쁘다 아예쁘다 합니다


세월은 모든 것을 다 앗아갈 수는 있어도

그 사랑만큼은 꺾어 가지 못했습니다.

모진 풍파를 다 겪고 세상 모짊을 다 알아도

그 모짊에 깎여 나가지 않고 물들지 않음이
세상 천진함을 끝끝내 잃지 않음이
진정한 강인함이라는 걸
눈뜨는 가을 아침입니다.



아버지의 손재주보다는 엄마의 영혼을 더 닮은 내가 다행이다.

 - 여운 <명자꽃은 폭력에 지지 않는다> -


<명자꽃은 폭력에 지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