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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Oct 04. 2024

꽃길은 재미가 없다

글 쓰는 수리공


우리가 요즘 흔히들 많이 쓰는 이모티콘에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메시지가 있다. 사수는 그걸 보더니 단박에 반박한다.


“꽃길은 재미가 없다!”


천성이 곱고 편하게 살 사람은 못 될 모양이다. 잘못 골랐다.


사수의 성은 안 씨다. 그것도 순흥 안 씨란다. 안중근 의사와 같은 본관이다. 고집이라고 해야 할지 신념이라고 해야 할지 결코 쉬이 꺾이지 않는 사람이다. 게다가 뭘 가져다 붙여도 안 밝아, 안 맑아, 안 빛나, 안 괜찮아! 마음에 안 든다!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고. 그만큼 쉽지 않다. 만만치 않다. 뭐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그런 그의 삶의 태도를 존경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따라가기 많이 버겁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10년이 넘어도 참 안 바뀐다고 오히려 나에게 잔소리를 한다. 이제 간이 부을대로 부은 조수는 끄떡도 하지 않고 답한다.


“언제는 뭐,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더니! 이제는 나를 바꾸려고 그래? 안 통해! 가스라이팅 하지 마!”


참고로, 한 때 나의 별명은 척사광이었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나오는 숨은 고수! 여리여리한 여인의 몸으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내놓으라 하는 고수들을 모두 이긴다. 괜히 뛰는 사수 위에 나는 조수가 아니다. 솔직히 나 정도 되니깐 사수를 데리고 살지. 모두가 절레절레한다고! 내가 구해줬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생색 끝판왕이다. 사수도 못 이긴다.




추석 명절 직후에는 아무래도 손님들이 많이 다녀간 덕분인지 “변기 좀 고쳐 주세요.”가 가장 많았다. 10월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훅 떨어진 기온 때문인지 “문 좀 고쳐 주세요.”가 그 뒤를 잇는다. 더불어 퐁당퐁당 5겹 샌드위치 연휴 덕분인지 일이 별로 없어 조용하기도 하다. 덕분에 좀 쉰다. 엉덩이 붙이고 마주 앉아 차도 한 잔 나눈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여유인지, 이 또한 감사하다.  


열심히 일하고, 글 쓰고, 걷고! 배우고, 나누고, 사랑하고! 그것 말고는 없다. 참 단순하다. 글 쓰는 수리공? 나는 인간이라는 동사를 사랑한다. 우리를 설명하는 단어가 명사가 아니라 동사였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살아있는 존재로서 성장하고 나아가기를 지향한다. 무엇에 더 우선순위를 두느냐고, 어느 것이 비중이 더 높냐고 물으면 다 같은 마음이라고 답하고 싶다. 마음이 콩이야? 마음을 왜 굳이 쪼개고 나눠야 해? 그때 그 순간 온 마음 다 하면 되지! 나는 매 순간 진심(眞心)이고, 진심(盡心)이고, 진심(津心)일뿐이다. 아닐 재간이 있나?   


매일 밥먹듯이 반복해서 하는 행위로 존재를 정의한다고 하면, 사수는 명상이 본(本)이다. 조수는 읽고 쓰기가 본이다. 세상에 물들거나 휩쓸려가지 않고 자신다움을 지키기 위한 영혼의 길이다.  그런 까닭에 예술보다는 생활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쓸 수 있으니 일도 할 수 있고, 일을 하는 덕분에 글도 쓸 수 있다. 사수도 조수도 마찬가지다. 글이 집이고, 집이 글이다. 짓고 고치기는 글이든 집이든 매한가지 아니던가.


그리고 우리의  그 끝에, 맺음말은 ‘사랑, 사랑하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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