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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Oct 20. 2024

득심응수의 화신

이름은 책임이다


사수는 오늘도 세공을 하십니다. 또 예술을 해요. 수레바퀴 깎는 노인에 뒤지지 않는, 득심응수(得心應手)의 화신입니다.


부엌 식탁등을 교체하고 난 자리에 남은 옛 흔적을 가리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유튜브에서 하라는 대로만 누구나 다 잘되면 우리는 밥을 굶겠지요? 사수도 처음에는 고객님의 피 같은 돈을 아껴드리기 위해 자세히 방법을 설명해 주고 우선 한 번 해보시고, 그래도 필요하다 싶으시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합니다.


며칠 후 의뢰인에게서 다시 문자 메시지가 옵니다. 고군분투한 증거 사진과 함께 사수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사수는 결국 출동해서 감쪽같이 귀신같이 말끔히 수습을 해줍니다.  작업한 당사자도 서비스를 받은 고객도 서로 흡족해하며 또 보람이 쌓입니다. 돈을 받는 순간 프로입니다. 돈값을 해내야 합니다. 돈은 무서운 것이니까요.


셀프 초보의 비포어와 프로 고수의 에프터는 이렇게 다릅니다. 디테일이 생명이지요. 그 한 끗 차이가 명작을 만듭니다.


우리집을 좀 이렇게 해주지?


주변 지인들과 멀리 사는 친구들까지 당근에서 완벽한 별 다섯 평점 5.0은 처음 본다며 리뷰가 예술과 감동이라며, 사수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다니고 있다며 다들 놀랍다고 합니다. 한 친구가 말합니다.


"워낙 성실한 부부이니 당연한 결과지!"


정식으로 이름을 내걸고 자영업자의 길을 개척한 지 꼬박 1년이 되었습니다. 체감상으로는 10년은 더 된 듯한데 겨우 1년밖에 안 되었다니 저도 놀랍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의 격려와 도움 덕분에 첫 한 해를 무사히 완주하고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저희는 부부 브런치작가입니다. “부부런치” 어떨까요?


같은 브런치작가 '세공업자'로서 글을 쓰고 있는 사수에게 또 한 편 놀라는 일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thomace/105


조수보다도 한참 뒤늦게 브런치에 데뷔했는데, 글 개수도 86개밖에 안 되는데 종종 자주 출처를 알 수 없는 조회수 폭발이 이어지곤 합니다. 조회수나 구독자수, 좋아요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바쁜 까닭도 있겠지만 그저 무심하고 무던하게 시간을 내어 묵묵히 담담하게 계속 쓸 뿐입니다. 저는 매번 한계에 부딪히고 쥐어짜며 이게 맞나 싶고 괴로운데, 조회수 많은 것보다는 전혀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수의 내공에 매번 연패를 하는 기분입니다. 잘 쓰려고 무리해서 애쓰지 않는 그 태도가 부럽습니다.


아무튼, 이름은 책임입니다. 돈 받고 까이는 몫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용기도 필요한 일이지요. 공(工)이든 작(作)이든, 일이든 글이든 그에 걸맞게 초심을 잃지 않고 작심삼일을 무한반복하는 수밖에요.


별점 5.0 당근 자발적 찐후기
아무래도 제목을 잘 지어야겠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companion

정신장애인 가족의 돌봄이야기도 함께 읽어봐주시겠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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