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 대하여
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다. 모두가 멈추는 하루! 올해는 12일 토요일부터 해서 15일 화요일까지 하면 나흘의 샌드위치 연휴가 되기도 한다.
택배는 쉬지만 쉬지 않는 물류도 있다. 자체 배송을 하는 새벽배송 플랫폼 회사들!
남편이 이직을 준비하면서 마침 지게차 자격증이 있어 석 달 정도 쿠팡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알았다. 정말 지옥이구나. 생활도 우울한 지옥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남편은 거의 매일 열한 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하고 돌아왔다. 제대로 쉴 곳도 쉴 시간도 없이 온종일 밖에서 먼지와 매연을 뒤집어쓴 채로 일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일했다고 한다. 마스크와 마스크 끈이 새까맣게 돼서 돌아왔다. 마치 돈을 많이 주는 것처럼 광고를 해 대지만, 알다시피 세상에 공짜는 없다. 기계처럼 일을 시킨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관심 없다. 그냥 아무나 일만 하면 되었다. 갈아치우는 소모품처럼 쉽게 그만두고 계속 구한다. 따져보면 결국 최저시급이다. 사실상 그것만도 못하지 않나 싶다.
‘무료 반품’에 대해 생각해 보자! 반품이 무제한으로 참 쉬워졌다. 시켜보고 심지어 사용까지 해보고 아니면 그냥 반품하면 된다. 매달 멤버십을 지불하니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한 건이든 열 건이든, 크든 작든 반품이 발생하는 건당 그 또한 모두 물류다. 일이 발생한다. 누군가는 처리해야 한다. 흔히 분류하는 일을 ‘까대기’라고 한단다. 남편은 지게차 운전 담당이었는데 그 반품 까대기까지 다 처리해야만 퇴근할 수 있었다. 그렇다. 애초에 무료가 어디 있는가? 무료 반품을 그렇다면 누군가가 ‘무료’로 그 일을 감당해내야 한다. 무사히 배송 시간에 맞추기 위해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겪고 알게 되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남편은 속도를 맞추기 위해 지게차로 드리프트까지 할 경지(?)에 이르렀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 저절로 매일 ‘오늘도 무사히!’를 외치며 기도하게 된다.
그 일을 겪은 후 한동안은 쿠팡을 이용하지 않았다. 멤버십도 끊었었다. 내 남편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일하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다. 그 또한 누군가의 가장일 테니. 나도 물론 지금은 새벽배송을 이용하고 있다. 오아시스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꼭 필요한 만큼만 한다. 솔직히 굳이 우주도 아닌데 로켓의 속도로 받을 필요가 있는가? 따지고 보면 거기에 비용도 다 포함된 것을. 그리고 정말 제품이 잘못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애초에 반품할 일은 만들지 않는다. 대신에 반품아웃렛을 주로 이용한다. 무엇보다 포장도 더없이 마음에 안 든다.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시키면 다 낱개로 여러 봉지, 여러 상자로 개수만큼 배송이 온다. 도대체 스티커는 떨어지지도 않고, 쓰레기를 정말 많이 발생시킨다. 나 한 사람이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도 한 번이라도 덜 시키면 누군가 숨 한 번 돌릴 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나는 늘 한 번씩 생각한다. 속도에 대해서! 사람을 갈아 넣어야만 유지되는 이 비정상적인 속도를 당연하게 익숙하게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을. 다른 시장들의 흐름까지 함께 망가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도 한 번쯤은 떠올리며 망설이기를.
모두가 쉬는데도 멈추지 않는 회사!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면 그 흐름에 동참할 법도 한데!
이 속도를 우리는 멈출 수 없을까? 다시 되돌릴 수 없을까? 한 번 빨라져 버린 속도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점점 더더더더 빨라지는 속도만큼 우리의 인내심도 얇아지고 있다. 마음의 속도는 이미 고장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이 속도가 무섭다. 브레이크가 파열될까 조마조마하다. 남편에게 말했었다. 억만금을 준대도 다시는 그곳은 쳐다보지도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