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에 대하여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막 받으려는데 끊어지길래 바로 다시 걸었다. 평소에 카톡에서 늘 일상을 나누고 있는데, 주말 아침 이른 시각에 전화라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친구는 바로 전화를 받았고, 통화하기 괜찮냐며 혹시 자는 건 아니었는지 물었다. 다른 친구들은 자고 있거나 가족들 챙기느라 바쁠 것 같다며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언제든 괜찮다고 하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시작해서 한참을 통화하고 끊고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 있었다.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일대일로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말이다. 아무래도 여럿이서 모이다 보면 늘 이야기 잘하는 친구는 이야기하고 듣는 친구는 듣는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일대일로 나를 아는 친구와, 아이들 떼고 남편 떼고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귀하고 간절하기도 하다.
친구는 6년 넘게 익숙하게 일해오던 곳에서 떠나 가을부터 새로운 일터로 옮기게 되었다며 이런저런 걱정과 불안에 대해 털어놓았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환경 속에서 부대끼며 자신이 잘해 낼 수 있을지 조금 두려운 모양이었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법이다. 그래도 나는 친구가 참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어련히 알아서 잘해 낼 친구이기에 걱정이 없었다. 나는 웃으며 “나보다도 더 잘할 거면서 뭐가 걱정이냐!”며 되려 큰소리를 쳤다. 실제로 뭐든지 다 나보다도 잘하는 친구들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렇게 들어주는 것뿐! 딱히 정답도 해답도 없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리고 들어주다 보면 답은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필요할 뿐.
누구라도 들어주는 이가 있으면 자신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 진다. 그러다 보면 맺혔던 마음이 사르르 풀린다. 그게 중요하다. 밥 한 끼 먹고 차 한 잔 마시며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와 질병을 예방하고 있는지!
유방암 수술을 한지 오래되지 않은 친구라 좀 더 마음이 쓰였다. 사람이 큰일을 한 번 겪고 나면 그 이전으로 온전히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알 수 없는 불안이 생기고 잘 떨쳐지지 않는다. 나는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과정이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삶이란 게 어쩔 수 없는 게 가장 치열할 때, 누군가가 간절할 때 모두가 마찬가지 상황이라 여유가 없어 안타깝다는 사실이다. 다들 한 고비씩 넘기고 나니 그제야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그랬었지! 그랬구나! 하고 웃으며 말할 여유도, 바라보고 들어줄 여유도 생긴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를 찾아준 친구가 고마웠다. 그 마음이 너무 소중했다.
“들어줘서 고마워.”
“전화해 줘서 고마워.”
불안이 또 몰려오거든 언제라도 전화하렴! 나 여기 있을 테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묻는다.
“너는 뭐 해주는데? 널 위해서 너한테 뭐 해주냐고?”
“이렇게 너랑 같이 밥 먹는 거! 너랑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거. 난 나한테 그거 해줘.”
나? 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