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다 못해 쓰디쓴 시럽(?) 급여가 끝났다. 지난달 마지막 실업급여가 입금되었고, 카드 결제일이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는 달콤한 ‘시럽급여’라며 시답잖은 소리를 하고, 또 누군가는 마치 안 되는 걸 특별히 선심 써서 해 주는 것처럼 생색내기도 하는데 절대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고용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이다. 직접 내 월급에서 매달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서 지금처럼 갑작스러운 실직 등의 위기 상황에 받는 보험금이다. 그동안 200회쯤 부어서 겨우 여섯 달 탔는데 이걸 달콤하다고 하기엔 앞으로 닥쳐올 씁쓸함이 더 크지 않을까?
아침 일찍 찬물에 샤워를 하고 선풍기 앞에 앉아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어도 매달 120만 원이 넘게 나가지??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많기는 하다. 누군가가 종신 보험을 든다고 하면 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나 역시도 멋모를 때 주변에 아는 언니들의 소개로 낚여서 가입했던 것을 여즉 내고 있다. 보험금을 타 먹기는커녕 아무래도 보험료 내다가 끝날 것 같다. 종신대출도 마찬가지다. 참 '빚'나는 인생이다.
정말 현실이 닥쳐오니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지출을 망설이게 되고, 엥겔지수가 급격히 치솟았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버스비도 어마어마하게 올랐다고 하는데, 문밖을 나서기가 무서울 것 같다. 치과도 가야 하는데, 이러다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나오는데 생각이 참 많아졌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지금이야 생각이나 말은 그럴싸하게 하더라도 막상 닥쳤을 때는 정말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들도 그저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생수나 즉석밥, 통조림도 하나 없는 우리 집에 당장 누가 온다면 굶어 죽기 딱 좋겠다. 뭐라도 좀 사서 쟁여놔야 하나? 변기가 막힘 없이 내려가고 물이 콸콸 나오는 이 당연한 일이 이토록 감사할 수가! 먹고사는 일이 당장 ‘먹고 싸는 일’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참 평범하고 평등하다.
글을 쓰고 있으니 또한 무척 고맙고 효율적인 취미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전기가 끊기더라도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되고, 글을 쓰는 동안에는 딴생각을 못하니 충동 구매할 여유도 안 생긴다. 좋아하는 일이 다른 일이 아니라 읽고 쓰기여서 천만다행이다. 그렇다고 글만 파먹고 살 수는 없잖니? 누군가의 말처럼 글은 삶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우리, 비참해지지는 말자.
삶은 ‘그저 생존하는 것’ 이상의 것이다. 생존이 우선적 문제가 될 때 우리는 비참해진다. - 구본형 <익숙한 것과의 결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