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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일기》, 광화문 교보에 눕다!

무명에게 희망과 용기를

by 햇살나무 여운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DM을 하나 받았습니다. 서로 팔로잉하던 사이는 아닌, 몰랐던 분이었습니다. 메시지를 열어보니 지난주쯤 책방에서 처음 뵈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다가 제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사서 사인을 받아가신 분이었어요. 짧은 순간을 나누었지만, 차분하게 책을 읽듯이 글을 쓰듯이 말씀하시는 모습에 깊은 눈망울이 그분의 무늬와 향기로 남아 있었지요. 처음 뵌 자리에서 선뜻 책을 사주신 것도 감사했지만,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하시는 분이 아닌데 수줍음을 무릅쓰고 길고 긴 메시지를 써서 마음을 전해주신 그 진심 어린 용기에 저는 또 감동을... 이렇게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도 왠지 저는 이해해 줄 것만 같아서 용기를 내었다고, 이토록 따뜻한 온기를 지닌 책 써줘서 고맙다고. 그 말씀이 너무 다정해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렇게 책 한 권으로 이어져 서로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나누었습니다. 그분도 빨간 머리 앤과 문구를 사랑하는 친구분이셨어요. 마음만큼은 손 맞잡고 좋아서 폴짝폴짝 뛰는 소녀(?) 두 명을 머릿속에 떠올려 주셔요.


더 놀라운 이야기가 곧바로 이어졌습니다.


그분께서 어제 우연히 다녀온 커피원두를 파는 카페에서 벽에 붙은 제 글씨와 싸인을 발견하고서 정말 반가웠다고, 이렇게 이어져 있구나 느끼셨다고. 그런데 그 카페 역시 지난주에 저를 만나고 싶다고 먼 길을 선뜻 달려와주신 블로그이웃님과 처음 가본 다른 지역에 있는 카페였습니다. 그곳에서 책과 차를 나누다가 카페 사장님께서 이야기를 전해 들으시고 싸인을 부탁해 주셔서 부끄럼을 무릅쓰고 남겼었는데, 같은 문구와 필체로 한눈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하니 저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그날이 마침 《서점일기》의 생일이기도 했는데, 드디어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이름 막 크게 불러도 될까요? ^^) 블로그로 만난 이웃분을 실제로 직접 만나는 일은 저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평소 블로그에서 글을 통해 소통하며 언제나 든든한 응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큰언니가 생긴 것처럼 좋았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한달음에 달려와 밥 사주시고 차 사주시고, 책도 사주시고 꽃과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셨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시고, 정말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저를 축하하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마치 어릴 적 동경하던 국어선생님을 만나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카페에서, 행운이 필요하다며 그곳 사장님의 어머님께서 발견하셨다는 네 잎 클로버를 받아 제게 건네주셨더랬지요. 제가 뭐라고! 제가 이토록 과분한 친절과 호의를 무작정 받아도 될 자격이 되는지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더랬습니다.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행운을, 이런 축복을, 인생 선배님께서 그저 바라는 바 없이 전해주시는 진심 어린 순수한 응원을 저도 그냥 한 번쯤은 용기 내어 순수하게 받고 누려 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책에도 나오는 그 네 잎 클로버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어져, 믿기지 않는 또 하나의 놀라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곳 브런치스토리 이른아침 작가님께서 제 책을 읽으시고 댓글을 남겨주셨지요. 해 질 무렵 텃밭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듣는데, 매주 책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다름 아닌 바로 제 책, 《서점일기》이야기가 나오는 순간을 만나셨다고. 이토록 놀라운 동시성이라니! 다른 분도 아닌, 언제나 크고 너른 마음으로 제 글을 응원해 주시고 저보다도 더 제 책을 기쁘게 맞이해 주신 작가님이 그 순간을 들어주셔서 더 놀랍고 감동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다시 듣기가 안 되어 저는 못 들었지만, 작가님이 들어주셔서 더 좋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분이 리뷰를 써 주시기도 하고,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여러 권을 가까운 동네 책방을 통해서 주문해 주신 분도 계시고, 가장 먼저 서울 경기는 물론이고 부산까지 그리고 저 해남 땅끝 도서관에까지 제 책을 신청해 주는 벗들도 있습니다. 정말 기대하지도 못한 곳에서 기쁨과 축하를 건네받고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역시 예상하고 우려했던 반응을 받기도 합니다. 하루키가 말하더군요. "상처는 자립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고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정말로 책은 문(門)입니다. 그 문을 통해서 우리는 이어집니다. 새롭게 다가오고 열리는 문이 있고, 닫히거나 무너져내리는 문도 있습니다. 책이 열리면서 어떤 세상 하나를 낳기도 하고, 어떤 세상 하나가 파괴되기도 합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리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느끼게 됩니다. 책은 문(Moon)이기도 합니다. 보름달이 반달이 되고 반달이 보름달이 되거나 그믐이 되기도 하듯이 차오르거나 기울거나 사라지며 변해갑니다. 끊임없이. 우리네 마음처럼.




2025년 7월 1일,《서점일기》의 생일!


책이라면 한 번쯤 가져보는 꿈, 평대 위에 누워보는 꿈! 그 꿈이 이뤄졌습니다. 제 책이 교보문고 MD의 선택! <에세이 PICK>에 선정되어 매대에 놓였습니다. 이것은 찐무명 쌩초보에게 말 그대로 꿈같은 꿈입니다. 저는 지금 꿈을 꾸고 있고, 곧 이 짧고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게 되겠지요. 내게 맞춤뷰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세상 밖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사고 잘 안 읽는다는 것도 (우리 빼고^^) 책에도 썼듯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서점일기》가 이런 꿈과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이 책의 소재가 순전히 서점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무궁무진한 데다가 거기에 매일 같이 무섭도록 쏟아져 들어오는 책의 세상에서, 평대에 눕는다고 다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 또한 찐무명 작가에게 베풀어 준 출판사의 통 큰 투자이자 배려라는 것도, 그래서 더 신기하고(?) 놀랍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요.


그래도 한 번 좀 누워보면 안 되나요? 돈 없고 백 없고 줄 없는 찐무명에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걸. 지금 이 모든 일이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도 알고, 곧 꿈에서 깨어나리라는 것도 매일 허벅지를 찔러가며 자각하고 있습니다. 극내향형 INFJ가 얼굴에 철판 깔고 이렇게 열심히 발품 팔아 셀프홍보도 해가면서 제 책을 세상에 내어주신 출판사에 보은도 해야 한다는 걸 실천하고 있는 찐 현실주의자이기도 하지요.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신생아입니다. 기쁨은 잠시, 낯설고 어설프고 부족하고 막막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제게 단 한 문장 단 한 사람이 소중했듯이 제 책의 단 한 줄, 단 한순간이 그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 가 닿아서 온기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처음 책을 만났을 때의 그 순수한 기쁨과 추억이 소환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한 한 가지 배움은, 어제와 오늘의 거절과 실패와 상처들이 내일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입니다. 현실이라는 땅 위에 굳건히 두 발을 디디고 서서 먼저 진짜 삶을 살고, 진솔하게 쓰고, 느리더라도 진심으로 읽겠습니다.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서점일기》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아이까지 그저 흔하디 흔하고 지극히 평범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너무나 사소해서 더 소중하게 빛나는 순간들입니다. 사람이 사는 데에 필요한 건 그 사소한 온기입니다. 저는 매일매일 그 사소함에 감사하고, 감동하고, 감탄하겠습니다. 이것은 삶에 대한 저의 태도이자 노력입니다.


고맙습니다.



p.s.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 주실 거죠? ^^




《서점일기》는 교보문고 광화문점, 강남점, 잠실점, 영등포점, 합정점, 천안점, 대구점 평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





홍림출판사 대표님께서 <시후 엄마, 김혜민 경찰입니다> 소개글에 제가 브런치에 썼던 글을 읽으시고 일부를 인용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혜민 작가님, 같은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독자분이 DM으로 보내주신 빨간 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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