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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하는 편지

용기에 대하여

by 햇살나무 여운


엄마,

어느덧 무더운 여름도 기세가 꺾이고 처서를 지나 8월의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저희는 새로운 일을 차근차근 준비하며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보고 계시죠?

아니다. 어쩌면 저희도 잊을 만큼 그곳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잘 지내고 계신 거죠?


다음 주쯤이면 책이 나올 것 같아요. 엄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한 번은 써야 했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엮어 엄마의 이름과 제 이름이 활자로 찍혀 종이로 묶여 나오네요. 이것이 사랑으로 읽히고,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며 용기를 내어 보았지요.


누군가 말했었지요.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무릅쓰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우주 어딘가에 새겨진 엄마와 제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이 두려움과 이름의 무게를 잊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삶을 일궈나가도록 항상 진솔하게 살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엄마!


여전히 "우리 콩새, 잘하고 있구나. 수고!" 이렇게 답해 주실 거죠?


지금은 엄마를 만나러 찾아갈 곳이 딱히 없어서 이렇게나마 마음을 전해봅니다. 부치는 방법은 없으나 엄마는 이미 읽고 가셨으리라 믿으며 이만 줄일게요. 사랑하는 우리 명자 씨, 그곳에서도 안녕히!


2023년 8월 24일

막내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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