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호적도 주민번호도 없는 나의 첫 책! <여운상회>, 이 책은 나의 마침표이다. 엄마와 나의 역사이며, 마지막 흔적의 기록이다. 용기이자 사랑과 희망의 이야기이다. 직접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려 넣었다. 때로는 울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고, 망설이기도 했다. 비장하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다. 분명한 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 자신은 아니까.
이 글의 처음은 길 위에서였다. 실제로 출퇴근하는 길 위에서 흔들리며 썼다. 그때는 열렬히! 다른 건 할 줄 모르고 쓸 줄밖에 몰라서. 쓸 수밖에 없어서. 쓰고 싶어서. 그냥 썼다. 계속 썼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이 책은 그래서 또한 나의 시작인 것이다. 마침표를 찍었으니 새롭게 나아갈 것이다. 이 글을 딛고!
오늘이 한 계절의 끝이자 한 달의 마지막 날인 31일이고, 내일이 새로운 계절이자 새로운 달의 시작인 1일인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오늘 다시 보니 ‘글’이라는 글자의 받침이 미음이나 이응이 아니라 리을인 것은 길과 닮아서일까? 사람이 사랑과 삶을 닮은 것처럼. 글도 길도 늘 열려 있고 이어져 있다. 언젠가 어딘가로 또 다다를 것을 믿는다. 사람에게로, 사랑에게로, 삶에게로. 글이 곧 길이다. 먼 훗날 나마저도 다 잊고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오더라도 이 작고 보잘것없는 역사는 어딘가에 남아 길이 되어 이어지고,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읽혀 마음에 흔적을 남기기를 소망해 본다.
오늘도 기록하고, 계속 쓴다. 도전도 계속될 것이다. 이 책에 길을 만들어 주어야지. 이 책이 또한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용기뿐이다.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이야기와 모든 인연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