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에 대하여
최근에 새로운 우정이 싹텄다. 감히 우정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말이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온 글을 엮어 책이라는 형태로 나왔을 때 친구들과 가까운 주변에 전했다.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살아온 우리 사이에서 어디에 닿아서 어떤 흔적을 남길까 궁금했다. 단 한 사람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도 생각했다.
혼자서 오래도록 쓰다가 함께 쓰기 시작한 건 작년 10월이었다. 그때 만난 스승님들과 글벗들이 내게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주어진 ‘쌀 한 자루’였다.
다 아는 옛날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어떤 큰 상인이 사람을 뽑을 때 쌀 한 자루를 던져 주며 한 달을 무사히 버티고 돌아오는지를 시험한다고. 누군가는 그냥 나눠주는 쌀 한 자루만을 얻으러 오는 이도 있고, 그렇게 얻은 쌀을 단순히 30일로 나눠 하루하루 겨우 미음만 쑤어먹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그동안 굶주린 가족들과 그것으로 우선 든든히 밥을 지어먹고 기운을 차려 밖으로 나가서 빨랫감이든 바느질감이든 일거리를 구해오기도 하고, 그것으로 떡을 지어다 내다 팔아서 돈을 벌어 밑천을 마련했다는 이도 있다는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나는 그 쌀 한 자루로 이야기를 짓고, 인연을 짓고, 사람을 얻으려 노력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쓰고 엮어 9월을 맞았으니 꼬박 한 바퀴를 돌았다. 그것이 전부였던 절박했던 나는 스스로 살길을 도모했고, 그렇게 새로이 귀히 얻은 사람들에게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이번에 책을 전했을 때 가장 먼저 축하해 주고 응원해 준 이들이 그때의 스승님들이셨다. 기꺼이 마음을 내어 시간을 내어 찾아와 주고 진심 어린 용기와 격려로 내 마음을 채워 주셨다. 얼마나 감사하고 든든하던지!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친구도 얻었다. 다름 아닌 친구의 남편이다.
“이제 나보다 널 더 많이 잘 알아.”
내 책을 건네받은 그날 친구의 남편은 늦은 밤부터 새벽 2시까지 정독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에게는 신세계였을 브런치까지 기꺼이 가입했다. 매일매일 다른 내 글들도 꾸준히 읽고 꼬박꼬박 댓글을 남겨 주신다. 단순히 감동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벽 일찍부터 주말까지도 매일 하루종일 정말 바쁘게 성실하게 일하는 가장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원래부터 읽고 쓰는 것이 익숙한 이가 아니었기에 얼마나 마음을 내고 시간을 내어 정성을 들여 응원을 남겨주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라는 모양새를 하고는 있어도 ‘노룩패스’로 그냥 지나치는 이들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이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써야 한다. 새로 싹튼 우정에 대한 보답이자 예의이다.
이렇게 읽기와 쓰기로 만난 벗들은 마음에 마음으로 응해주었다. 나의 보잘것없는 역사를 읽어 주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응원이 시공간을 넘어 아직 만난 적 없는 이들에게 이어지고 또 이어져 작은 파도가 되어 나에게 밀려오고 있다. 마음이 간질간질 울렁거린다. 요즘 나는 매일 이들을 떠올리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니 그대여, 허락해 주겠는가? 우리 사이를 우정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내 마음에 파도를 일으키고, 이 파도는 나에게 글을 쓰게 한다네. 덕분에 나는 오늘도 나아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