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라진 아픈 엄마는 더 이상 똑같은 아빠를 감당할 수 없었다.
엄마를 그렇게 둘 수 없어서 내가 방패막이가 되어야만 했다.
불쑥 찾아오는 사고들 앞에서, 나는 빈총인 줄 알면서도 나는 총을 들고 전쟁터로 달려갔다.
내 의지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온몸으로 그 소란을 막아내야 했으니까.
일상은 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 같았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았는데,
아무 일 없으면 다행이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역시나’라고 생각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나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비현실 같은 날이었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뿐이다.
가족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건사고 없이 지내는 것.
그게 다인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슬프게도 나는 아직 과거형으로 글을 써 내려갈 수 없다.
모든 일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지금 이겨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버티고 있는 걸까.
아마 지금의 나는 있는 힘껏 버티어 내고 있는 거겠지. 안간힘을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