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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May 20. 2019

수상한 풍경

재현에서 표현으로 - 이정록 포토에세이

사진가 이정록이 추구한 사진 세계를 자신이 직접 설명한 책이다. 포토에세이라고 부제를 붙였지만 책은 뒤늦게 사진을 시작하면서 마주친 여러 어려움과 이를 극복해 나간 과정을 적어 놓은 작업노트이다.

이정록은 광주대 산업디자인학과에 들어간 뒤 신방과에서 만든 사진동아리에 들어가 사진에 빠진다. 학과 공부보다 사진에 심취한 그는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미국 로체스터 공대(R.I.T) 영상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이때 이정록은 사진이 대상을 2차원 평면에 옮기는 재현의 도구에 머무는 게 아니라, 개념이나 내용을 표현하는 사진예술임을 배운다. 미메시스(Mimesis, 모방과 현실 재현)의 영역에 머물렀던 과거의 사진이 현재는 회화와 나란히 서서 눈에 보이는 '존재자'의 형상보다는 보이지 않는 근원적 '존재'를 현시(Presentation)하는 역할을 담당한 예술로서의 사진에 대해 알게 된다.

수상한 풍경 / 눈빛 / 2019.04 / 1만 5000원

이를 깨닫게 된 후 이정록은 촬영 대신 공구점이나 특수용품 가게 같은 곳에 가서 각종 재료나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줄 질료들의 세계를 탐험했다. 선택 수업도 비디오 아트, 컴퓨터 그래픽, 갤러리 탐방 등 익숙하지 않은 수업들을 선택해서 사유와 기술적인 영역들을 넓혀 가는 데 주력했다.


이후 그는 어두운 밤에 장노출과 스트로보 발광을 이용한 '신화적 풍경', 디코딩 스케이프(Decoding  Scape)', '생명나무', '나비' 시리즈 등을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구조물을 제작, 설치하고 촬영하면서 크게 다칠 위험도 겪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부상 없이 작품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국제 아트페어 등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자신의 세계관을 확립한 사진가로 자리한다.


대학시절 서울 강남의 유명 스튜디오에서 숙식하며 인턴생활을 하면서 허드렛일이라 해도 자신의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나간 끈질김을 보여주었다. 미국 유학시절에는 자신의 사진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 책은 사진을 취미 수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면 얼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지 이미 그 길을 간 사진가가 알려준다.

사진을 한다는 것이 괜한 겉멋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둘러보게 되는 그런 책이다.   - 빈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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