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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Aug 05. 2020

나의 다큐 사진 분투기

제36회 도몬켄 사진상 받은 양승우의 '사람 사는 냄새'나는 사진 채취

양승우(梁丞佑, 1966)라는 사진가, 이 사람이 사진을 안 했다면 무엇이 되었을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최소 지방의 건달, 혹은 조폭이 되었을 것 같다. 실제로 1988년 군 제대 후 고향에서 논두렁 깡패 3류 건달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고 책에 적었다. 한때 고향 정읍에서 잘 나가는 형님을 모시고 친구와 함께 서울을 평정해 볼까 생각도 했단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솔직히 건달 체질이 아니고, 그런 세계의 남자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냥 친구들이 좋아서 같이 놀고 싸우고 몰려다녔을 뿐이라고 했다.

나의 다큐 사진 분투기 | 양승우 지음 | 눈빛 | 1만 5000원 | 2020년 07월 29일 출간

사진 전문 출판사인 눈빛에서 발행한 '나의 다큐 사진 분투기'는 사진가 양승우의 고백록에 가깝다. 책은 눈길 끄는 사진과 함께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종로 주먹패 김두한이 나오는 '야인시대' 소설, 혹은 '말죽거리 잔혹사' 영화 같다. 제목에 '다큐 사진' 이 있어 자신이 생각하는 거창한 사진철학이나 사진론이 있을 것 같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저 자신은 촬영 대상자 몰래 찍고 싶지 않아 다가가고 같이 생활하면서 찍는다는 것만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글자 그대로 다큐 사진의 생생함, 그가 찍은 사진에서 날 것 특유의 비린내가 풍기는 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만든 글이다. 글 내용이 약간 야하면서 폭력적이고 비극적인 이유다

불량하게 청소년기를 보내고 30세에 일본에 갈 때까지 그의 삶은 한마디로 문제적 인물로 거친 삶을 살았다. 일본에 가서 어학원 다니며 일본어를 배웠다. 어학원 졸업 후 원서만 내면 받아주는 곳이어서 (학교 위치가 놀기 좋은 시부야에 있기도 해서) 일본사진예술전문학교에 갔다고 했다. 여기서 사진에 재미를 붙이고 인정도 받으면서 그 뒤 동경공예대학교 예술학부 사진학과를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예술학연구과 박사 전기 과정을 수료했다. 야쿠자를 촬영한 독특한(?) 사진가 생활을 하게 된 것도 30세까지 배우고 익힌 거친 삶이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일본에 가게 된 것은 농협에서 일했던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른 뒤 친구들과 같이 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불쑥 든 생각을 실행한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친구가 추락사하고 이런저런 일이 겹쳐 다 때려치우고 제대로 건달 노릇이나 해보겠다고 서울에 가 있던 그에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아버지 사망 3개월 전 아들은 집에 와 아버지에게 옷을 사주겠다고 같이 나가자고 했다. 아버지는 힘겹게 걸었다. 아들은 "아빠 어깨 펴고 당당하게 걸으라"라고 짜증을 부렸다. 아버지는 자신이 중병임을 아들에게 말하지 않고 죽음을 맞았다. 아들은 슬펐고 한국이 좁게 느껴졌고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어학원 시절 놀러 간 한국 술집에서 노래 불렀는데 잘 논다고 옆자리 60대 아저씨가 5천 엔을 줬다. 그냥 받아도 됐겠지만 '내가 거지여?'라는 자격지심에 바닥에 버렸다. 60대 아저씨가 불쾌한 표정으로 다가오면서 뭐라 말해 밀어 넘어뜨렸다. 술집의 한국 마마가 빨리 도망가라 했지만 그 자리에 뻗치고 있자 건장한 청년 10여 명이 우르르 술집에 들어왔다. 60대 아저씨는 야쿠자(일본 조폭) 오야붕(두목)이었고 술집 아가씨의 통역을 통해 도망갔으면 죽었을 거라고 했다. 왜 안 도망갔냐는 질문에 2~3명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고 하자, 야쿠자 오야붕은 그 배짱이 좋아 보였는지 함께 술을 먹은 뒤 용돈과 차량 등을 지원해 주는 후원자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야쿠자였다. 그의 이런 배짱이 사진을 찍기 전에 직접 부딪치고 다가가 같이 뒹굴며 사진 찍는 그만의 방식을 만들었다. 그에게 지금까지 3명이 똑같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 그의 대답은 "막고 품어라. 낚시질하지 말고..." 사진에는 지름길이 없다. 막고 품으면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힘들겠지만 참고 견디고 다 품고 나면 거기에 있는 물고기는 다 자기 것이 된다. 이렇게 말한다.


이런 그도 사진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 먹고살기 힘들어 그만뒀다면 자존심 상하니 사고로 팔다리 부러져 그만두는 걸로 결정했다. 그래서 술에 만취해 신주쿠에서 이케부쿠로 집까지 걸었다. 모든 신호등 무시, 그냥 직진하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다음날 정신 차린 뒤 보니 빨간불은 많이 찍혔지만 한 군데도 다치지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한번 해보자!"라고 결심했다.


젊은 친구들에게 양승우가 말했다. 조금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자기 길을 찾아가라.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좀 늦어도 언젠가는 꽃이 필 때가 있다. 그리고 어중간하게 튀어나온 돌은 정에 맞는다. 대신 아주 많이 튀어나와 버리면 절대 정을 맞지 않는다. 오히려 튀어나온 부분을 살리려 한다.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젊은 친구들은 빨리 선로에서 벗어나 자기 길을 가라. 잘나서 하는 소리 아니다 내가 반복한 시행착오에서 나온 결론이다. 물론 55년 살았는데 글로 적고 보니 4만 3000자 밖에 안되어 슬프다.(눈빛출판사 이규상 사장이 책 한 권 쓸려면 200자 원고지 1000장이 필요하단 소리를 했단다.)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빈모]


<양승우 사진가 약력>


1966 전북 정읍 출생

1996 도일(渡日)

2000 일본사진예술전문학교 졸업

2004 동경공예대학교 예술학부 사진학과 졸업

2006 동경공예대학교 대학원 예술학연구과 박사 전기 과정 수료

2020 현재 ZEN Foto Gallery(Tokyo, Japan)와 inbetween art Gallery(Paris, France) 소속 작가로 활동


<수상>


2017 〈신주쿠 미아〉로 제36회 도몬켄 사진상 수상. 마이니치신문사 주최

2009 시점, 입선

2008 Littlemore 사진집 공모전 심사원상, Canon 사진 신세기 입상

2007 Canon 사진 신세기 가작, 문예사 Visual Art 출판문화상 특별상

2006 신풍사 히라마이타루(平間至) 사진상 대상

2005 DAYS JAPAN International Photojournalism상 일본 내 다큐멘터리상, Canon 사진 신세기 장려상, 우에노 히코마(上彦馬)상 일본 사진예술학회 장려상, FOX TALBOT상 2위, EPSON Color Imaging Contest 특상

2004 PDN Photo Annual 2004 StudentWork Section 입상(미국), FOX TALBOT상 1위

2003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Other Photojournalism Section 입상(미국)

2002 HASSELBLAD Student PhotoContest 입상

2001 HASSELBLAD Student Photo Contest 입상, 우에노 히코마(上野彦馬)상, 일본 사진예술학회 장려상

2000 FOX TALBOT상 1위


<개인전>


2019 [기억하기 위해, 언젠가 모두 사라진다] 정읍시립미술관, [The Best Days]  ZEN Foto Gallery

2018 [그날 풍경] 인디프레스(서울, 부산), [人] 샤다이 갤러리

2017 [新宿迷子] ZEN Foto Gallery, [新宿迷子] 도몬켄기념관, [新宿迷子] 긴자, 오사카 니콘살롱, [부부 사진일기] 갤러리 브레송(서울)

2016 [新宿迷子] ZEN Foto Gallery, [기획전:청춘길일] 갤러리 브레송(서울)

2014 [사쿠라] in between art Gallery(Paris, France)

2013 [We're Shit but Champions, Reminders Photography Stronghold The Best Days] ZEN Foto Gallery 기획전

2012 [너는 저쪽 나는 이쪽 2] ZEN Foto Gallery 기획전

2011 [自由] Third District Gallery 기획전

2010 [ International Photography Festival] France

2009 [청춘길일] Third District Gallery 기획전

2007 [LOST CHILD] Gallery Niépce 기획전

2006 [오뚜기 넘어지다] 긴자 Nikon Salon

2005 [너는 저쪽 나는 이쪽] JCII 일본 카메라 박물관

2004 [外道人生] 동경공예대학 예술정보관 갤러리


<그룹전>


2018 스페이스22 개관 5주년 기념전

2013 Exposition Photo, in between art Gallery(France Paris)

2012 No Found Fair 2012, the Contemporary PhotographyFair(Paris), TOKYO PHOTO 2012(도쿄 미드타운 롯폰기), ASPHALT전, TANTO TEMPO(일본 고베)

2011 ASPHALT 3인 전, 禪 Foto Gallery(中国 北京)

2009 시점, 동경도 미술관

2006 KOREA & JAPAN, Busan Museum of Modern Art

2005 한일 국제 현대미술전, 판도라의 미, 카나가와켄 켄민 갤러리, 한일 HOPE전, KOREA & JAPAN, 한국문화원


<사진집>


2020 [The Last Cabaret] Zen Foto Gallery

2019 [The Best Days] Zen Foto Gallery

2017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눈빛, [人] Zen Foto Gallery

2016 [新宿迷子] ZEN Foto Gallery, [청춘길일] (눈빛 사진가선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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