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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Jul 26. 2021

덥지만 인사동을 걷자

김연수:김용재 부자, 성남훈, 심인보 사진전

연일 폭염이 이어진다. 코로나19 창궐로 하루 확진자가 1500명대를 넘어섰고 2000명을 넘을 것 같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제는 불안하기보다는 짜증스럽다. 수도권에는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어 저녁에는 2인까지만 모일 수 있으니 사실상 모임 금지다. 헬스장도 빠른 음악을 틀지 못하고, 러닝머신 속도도 제한했다. 뭐 이 때문이 아니라도 실내에 사람 모이는 것이 불안하니 헬스장 가기도 힘들다. 그래서 걷기라도 해야지 싶지만, 뜨거운 폭염이 주저하게 만든다. 해가 진 뒤에나 걸어야지 낮에는 걷기가 힘들다. 서울 도심에서 걷기 운동하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을지로 지하상가를 이용하면 된다. 시청역에서 동대문운동장역까지 이어지는 지하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에어컨이 나오니 덜 덥고 뜨거운 햇빛도 차단된다. 비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추위도 피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인사동 같은 지역을 찾으면 된다. 날씨가 뜨겁긴 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갤러리를 찾아 더위를 식히면 된다. 각종 전시가 있으니 작품을 보면서 눈호강도 하고 시원하게 나오는 에어컨 바람도 쐬면 더위가 물러난다. 요즘엔 재택근무와 함께 바깥출입을 자제하는지 전시장을 오가는 사람도 적다. 사실 전시회를 준비한 사람 입장에선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많은 사람이 작품을 보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7에 위치한 KOTE(https://www.kote.kr/about-us)라는 곳이 있다. 전시장, 카페, 레스토랑 등이 한 자리에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이곳 전시장에서 생태 사진가 김연수와 아들 김용재(녹색서울시민위원회 간사)씨가 함께 사진전을 열고 있다. 주제는 ‘생명의 숨소리’. 야생동물 보호학을 전공한 아들과 함께 인간의 무관심 속에 어렵게 생명을 이어가는 이 땅의 멸종위기종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니 편한 관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으로 보는 새와 동물들은 그들의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 과잉개발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그나마 남은 서식 환경이 없어지는 순간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전시장은 김 씨 부자가 촬영한 사진전 만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유명한 성남훈 사진가의 '부유하는 슬픔의 시'와  심인보 사진가의 '미얀마 얼굴' 사진전도 공간을 나눠 열리고 있다. 한마디로 3가지 사진을 같이 볼 수 있다. 3개 사진전은 8월 12일까지 연장되었다. 사실상 코로나19 델타 바이러스 재확산 때문에 관람객이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다. 날씨 탓, 코로나 19 바이러스 탓, 이중고로 인한 강제 연장 전시이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암튼 보지 않으신 분들은 한 번 찾아보시길...

성남훈 사진가의 사진은 이전에 다른 전시 공간에서도 본 사진이 있으니 더 부연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주민, 난민들을 촬영한 사진은 지구 공간에서 지금도 일어나는 인간계의 부조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심인보 사진가의 '얼굴'은 재밌다. '깨닫는 순간 너 자신도 부처'라는 불가의 가르침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미얀마의 보통 사람 얼굴과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촬영한 다양한 불상 얼굴을 반반씩 겹쳐 인화했는데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얼핏 사람인지 부처상을 찍은 것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재밌다.

신을 믿는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모습으로 신의 형상을 표현한다. 부처상을 보게 되면 인도 간다라 미술에서 보이는 부처의 모습과 달리 석굴암의 석가 여래불은 코도 낮아지고 둥글둥글한 얼굴형이 되었다. 미얀마의 부처는 미얀마의 보통사람처럼 생겼음을 심인보 사진가는 사진으로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시장에서 판매하는 사진집은 민주화 운동 중인 미얀마를 돕는 기금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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