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젠체하다"라는 단어 앞에서 멈췄다.
문맥상 의미를 짐작할 수 없었다.
생김새가 낯설었다.
찾아보니
'잘난 체 하다'
는 뜻이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그런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것.
그런데 찾고 나니 이상했다.
이 단어 자체가 젠체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한국어인데,
처음 보면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낯선 것 앞에서 사람은 헷갈린다.
내용 때문에 낯선 건지, 형식 때문인지.
"젠체하다"는 둘 다였다.
뜻도 모르겠고, 모양도 어색했다.
이 단어는 자기 자신을 설명하고 있었다.
비슷한 일이 있다.
느리고, 생각하고, 쌓는 리듬을 가졌으면서
빠르고, 효율적이고, 바로 결과를 내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게 맞지 않는다는 걸 몰랐던 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버거워졌다.
실제 속도와 보여주는 속도 사이의 간격이 커졌고,
그 간격을 메우는 데 힘을 다 썼다.
젠체하는 데 시간을 썼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음 시작은 그러지 않으면 된다.
"체"하지 않고 시작하는 게
어떤 건지, 그건 또 시작해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