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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말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중요치 않았다. 그때의 나는 2시간 동안 얼굴이 노래질 때까지 참았던 볼일을, 허허벌판에 쌓여있는 판자때기들 뒤에 숨어서 보고 있었으니까. 그저 고장 나지 않은 나의 방광에 감사하며 폭포수의 시원함을 내 두 다리 사이에서 느끼는 데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다 보니 철학적 마음이 생긴다. 인생의 깊은 고민거리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인간의 3대 욕구가 식욕, 성욕, 수면욕이라고 했던가? 나는 인간에게 4대 욕구가 있다면 그 마지막은 오랜 시간 참았을 때의 소변욕일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게 족히 1kg은 빠졌을 법한 가벼워진 몸으로 옷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내가 내렸던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날 가려준 고마운 판자때기를 넘어, 함께 온 친구들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아뿔싸, 친구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볼일을 본 것일까. 아니면 친구들도 볼일을 보러 다른 숨을 곳을 찾아 떠난 것일까.
당황한 것도 잠시, 나는 누군가에게 팔을 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나를 잡고 가는 사람은 동양인 외모의 낯선 외국인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러시아 국경 한복판에서 납치라도 당하는 걸까?
아니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지 않은 것이 불법이었던 것일까?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나 옛말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지 않았던가. 정신을 차리고 나를 데려가는 호랑이에게 질문을 했다.
"Excuse me, where am i going? (죄송하지만, 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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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을 볼 때 멀리서 아득하게 들렸던 말이다. 질문은 호기롭게 했지만 답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러시아어인지, 몽골어인지 알 수 언어를 들으며 처음 보는 작은 차에 그대로 끌려 들어가 '앉혀졌다'. 그렇게 끌려 들어간 곳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함께 온 친구 L이 먼저 들어가 앉아있었다. L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야, 나 갑자기 여기로 끌려들어 왔어. 뭐지?"
"너도? 나도."
차창 밖을 둘러보니, 함께 온 K과 A도 다른 차에 우리와 같은 신세로 앉아있었다. 그들도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지금 러시아 국경을 지나 몽골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
우린 러시아의 국경 지대에서 친절한 히치하이킹을 당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