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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Oct 27. 2024

장애를 넘어, 가족과 함께하는 삶

Ep 19. 마지막 글

지적장애를 가진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큰 어려움을 안겨준다. 밖에 나갈 때면 오빠의 어색한 행동이 나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번 일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동생인 나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오빠를 혼자 두고 여행을 가는 것도 쉽지 않고, 오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대화가 원활하지 않아 한계를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오빠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오빠가 장애 없이 태어났다면 우리의 삶은 어땠을까? 어릴 적, 나는 요술램프의 지니에게 "자고 일어나면 오빠의 장애가 없어지게 해 줘"라고 간절히 빌었었다. 그러나 동화 속에나 나오는 지니는 내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고, 현대의 의료기술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나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갔다.


그래서 더 이상 불가능한 바람을 품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작은 행복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 비록 때로는 어렵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삶을 살다 보면 고된 만큼 행복도 찾아오는 법이다. 신은 모든 이에게 공평한 만큼의 고난과 행복을 준다고 하지 않는가? 오빠가 태어난 직후, 부모님은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다. 낯선 세계에 뛰어든 것 같은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 오빠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몰라 고민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로 우리 가족에게는 좋은 일들도 많이 찾아왔다. 아빠는 직장에서 성취를 이루며 안정적인 삶을 꾸렸고, 엄마는 오빠의 초등학교 친구 어머니와 인연이 되어 30년 넘게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고 계신다. 그 관계는 오빠로 인해 맺어진 것이었기에, 엄마에게는 오빠가 준 소중한 선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함께 여행을 자주 다니며 소소한 행복도 누리고 있다. 여행지에서 가족이 함께 웃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오빠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경험들이 지금처럼 소중하게 다가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되돌아보면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크고 작은 기쁨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 기쁨들은 오빠와 함께한 시간들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이제는 오빠가 내 오빠여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는 내게 삶의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더 빠르게 성숙할 수 있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존중하는 마음을 배웠다. 오빠를 통해 봉사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타인의 삶에 기여하는 것의 가치를 깨달았다. 오빠와 함께하며 겪은 모든 경험들은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주었고, 나는 그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물론 오빠와 함께하는 삶이 늘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빠는 나의 삶에 깊은 의미를 주었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주었다. 오빠 덕분에 더 강해질 수 있었고,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오빠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그 마음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따뜻한 불빛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힘겹게 싸우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작은 기쁨과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빠가 내 삶에 가져다준 수많은 의미와 가르침에 감사하며, 나는 오늘도 내 앞에 펼쳐진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이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작은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모두 함께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길로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들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행복만 깃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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