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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Oct 19. 2024

오빠가 기어이 사고를 쳤다

Ep 16. 집으로 찾아온 경찰관들

정말 지옥 같은 일주일이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오빠와 함께 산다는 것에 익숙해지고 이제 조금 행복해진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써 내려가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그 마음은 그저 꿈이었나 보다. 매주 써 보내는 이 글을 쓰는 와중에, 태어난 이로 가장 큰 사고를 치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집에 경찰관 세 명이 찾아왔다. 내 방에서 현관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기에 그냥 잠시 관리실에서 누가 왔나 했다. 그런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질 않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내 방에서 나가 보았다. 현관에는 형사 세 명이 우리 집에 와 있었다.


바로 생각했다.

'오빠가 뭔가 사고를 쳤구나.'

사실 내가 경찰이던 시절 매번 하던 일이라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그저 무슨 일인지 머릿속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형사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다행히도 범죄사실에 해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정확한 사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자 한다. 나 또한 아직 충격에서 벗어난 것이 아닐뿐더러 요즘 시대에 충분히 예민한 일을 한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짬이 있었기에 범죄사실 여부를 바로 파악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부모님은 크게 놀라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서 당황한 채 서 있었다. 그러나 험악한 표정을 한 형사들을 사이에 두고 내가 부모님께 안심하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들은 처음에는 험악한 표정이었지만 오빠가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누그러졌다. 그래도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임의동행하기로 하였고, 장애가 있기에 보호자와 함께 동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던 보호자였고, 나는 다른 경찰서에서 수사를 하던 수사관이었다. 결국 그렇게 엄마와 내가 따라가기로 했다. 그 사이 내가 살짝 담당 형사에게 말했다.


"제가 작년까지 xx서에서 근무했던 수사관인데 저도 좀 따라가도 괜찮을까요?"

"아, 물론이죠."


여러 명이 따라간다고 하면 귀찮을 법도 한데,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다. 당한 팀이 다행히도 은 경찰관 분들인 것 같아 나마 감사했다.

내가 수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조사를 하루에도 서너 건 씩 해보았지만, 조사를 받는 데 따라간 적은 처음이었다. 편치만은 않았다. 오빠의 말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 큰 일처럼 되어버릴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오빠는 당황했는지 평소보다 말을 5배는 더 더듬어서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게 되다. 오히려 그게 나았다. 나와 엄마가 오빠 옆에 앉아 진술 불리하지 않도록 조금씩 말을 해석해 주며 도와주었다.


반대쪽 의자에 앉아있던 엄마는 차분한 내 모습을 보고 그나마 안심을 했다고 한다.  오빠가 그 사건으로 인해 사건이 송치가 될 것은 아님을 99퍼센트 정도 확신고 있었다. 죄사실이 성립되기에 애매했을 뿐만 아니라 수사관들이 하는 질문과 어투에서도 충분히 불송치를 할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조사의 결과와 별개로 나우리 가족의 앞길이 막막다고 끼고 있었다. 부모님이 받았을 상처가 너무 걱정되었다. 두 분 모두 환갑이 넘으신 나이에까지 이렇게 충격을 받아야 하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프기도 했다.


오빠가 조사를 받는 동안 옆에 앉아 있으면서 사실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켰다. 내가 무너지면 분명히 엄마도, 아버지도 무너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크게 번질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경찰관들이 집에 찾아올만한 행동을 한 것만으로도 한숨이 나왔고 몇 번이나 눈물이 흐를 것 같은 마음을 입술을 강하게 깨무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 손에 있던 거스러미들을 하도 뜯어 손이 새빨개진 채 피가 나고 있었다.


옆을 돌아보니 엄마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을 아마 입술을 씹으며 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형사들이 온 이후로, 그리고 경찰서에서도 여전히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가라앉질 않았니 말이다. 그런 엄마의 얼굴을 보며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을 더 꾹 참고 눌렀다.


조사 과정을 잘 알았기에 범죄요건에 맞추어 빠르게 조사가 진행되도록 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를 나올 수 있었다. 부모님께는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내가 잘 설명했다. 차분하고 안정적 나의 태도와 설명에 부모님은 크게 안심하셨다. 내가 없었으면 변호사라도 선임할 뻔했다면서 말이다.

내가 경찰을 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사실 이런 일이 생길까 봐 경찰이 되었던 것이었는데 그 마음을 잊고 다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온 것이 처음으로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법을 공부하였고 수사를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진심으로  다행이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와 아버지가 얼마나 안심을 했던지. 그것만으로도 나는 내가 마지막엔 그렇게도 싫어라 했던 내 인생에서의 3년 경찰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하루종일 한숨을 푹푹 쉬었다. 나는 내 방에 자러 가는 척하며 방에서 불을 끄고 누워 몰래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모두가 나를 의지하는 무게를 느꼈던 어깨에서 짐을 내려놓았다. 긴장이 풀렸다. 눈물을 어느 누구에게도 들킬 수 없어서 혼자 이를 물며 소리 내지 않으려 애썼다.


 다신 보고 싶지 않아졌다.




그 사건은 회사에 알려졌고, 오빠는 6개월 휴직 권고와 정신 상담 치료를 받기로 하였다. 그전이라도 담당 심리 상담사가 복귀해도 된다고 인정해 주면 다시 회사로 복귀하기로 했다. 회사에 잘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회사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 집에서 함께 있을 6개월이 벌써부터 막막하도 했다.


이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던 무렵에는, 그래도 우리 가족은 행복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렇게 새로운 건이 생겨버리니.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인가 라는 회의감이 다. 는 앞으로 어떻게 오빠를 대해야 하며, 부모님께 어떤 도움이 되어야 할까. 내가 정말 앞으로 오빠를 책임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새로운 고민이 나를 마주하게 만들었다.


이 이야기의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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